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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홈스쿨링 확산…전국 130만∼150만명 추산

입력 | 2000-06-04 19:39:00


미국에서는 단어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를 가리는 전국 철자 경연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가 73회째.

1일 248명의 '스펠링 박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학교에 다니는 대신 집에서 부모의 지도아래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1∼3위를 휩쓸어 화제가 됐다.

일반인들에겐 몹시 생소한 단어의 철자를 줄줄이 맞혀 영예의 1등을 차지한 조지 에이브러햄 탬피 (12)군은 1주일 전에 열린 전국 지리 경연대회에서도 2등을 했다.

생화학자인 그의 아버지는 난무하는 학교폭력에 충격을 받고 7명의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르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탬피 군의 경우처럼 학교에 가는 대신에 집에서 부모한테 교육을 받는 재택 교육(홈 스쿨링)이 최근 크게 성행하고 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전국 가정교육연구소는 미 전역에서 130만∼150만명의 학생이 재택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전체 학생수 5300만명의 3% 정도. 이들을 겨냥한 재택 교육용 교재도 서점에 다양하게 즐비하다.

미국의 모든 주는 1년에 2, 3차례 정도 교육관계자가 해당 가정을 방문, 교육 실태를 확인하는 조건으로 부모의 재택교육권을 인정하고 있다.

재택교육 옹호론자들은 학교에서 일방적인 교육과정에 따라 개성을 무시한 교육을 받는 데 비해 집에서 자녀의 개성과 소질을 따져 안전하게 교육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아이들을 집에서 가르치면 학교생활을 통해 얻는 사회성과 협동성이 결핍되며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재택교육을 비판한다. 이런 점을 들어 교사 모임인 전국교육협회는 교사자격증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부모에게만 재택교육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택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대개 정식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신입생을 다양한 기준에 따라 뽑는 미국의 하버드 스탠퍼드 등 명문대에 진학하는 비율은 정규 학교를 나온 학생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택교육의 확산은 미국 공교육이 그만큼 문제를 많이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