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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준농림지 개발규제 후유증

입력 | 2000-06-04 19:39:00


정부가 지난달말 준농림지 개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국토 난개발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하자 땅값 하락을 우려한 경기 용인 파주 등지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택건설업계도 채산성 악화로 연쇄 도산 및 집값 급등 우려가 높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주민과 건설업체들의 입장을 듣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을 정리한다.

▼지역주민▼

그동안 아파트 개발 열기에 들떴던 경기 용인 광주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난개발 방지 대책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는다. 특히 군 전체가 팔당특별대책지역으로 묶여 올 들어서 140여건의 개발 승인이 취소된 광주군의 경우 건교부의 이번 발표에 흥분하는 분위기다. 경안천시민연대 박광주(朴光洲·46·광주읍)씨는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13만 광주군민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됐다”며 “6일이나 7일경 사회단체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범광주군민 투쟁위원회를 결성해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경기 북부지역의 파주 고양 김포 등지에서도 마찬가지. 파주시 교하면 J공인중개컨설팅 A씨는 “1주에 평균 매입의뢰가 30여건씩 접수됐지만 정부의 난개발 방지 대책 발표 이후엔 매입을 보류하자는 전화만 온다”며 “정부 정책을 믿고 토지를 팔려던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한 마디로 땅값 하락을 우려한 때문. 용인 구성면 보정리에 있는 S공인중개사 M씨는 “이 지역 준농림지는 6∼7년 전 20만∼30만원하다 개발바람을 타고 최근 200만∼300만원까지 올랐었다”며 “앞으로 땅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업계▼

수도권 난개발 문제로 아파트 분양 시장이 급랭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준농림지 개발 규제마저 강화되면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선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 이대로 가다간 민간 주택공급시장이 붕괴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

최근 수도권, 그 중에서도 인기지역으로 손꼽혔던 경기 용인과 광주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경우 청약률이 10%대를 밑돌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17일 공급한 용인 구성면에서 분양한 아파트(456가구 모집)는 1순위에서 22명, 2, 3순위에서 2명이 청약했을 뿐이었다.

준농림지 개발마저 어려워지면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고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 용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왔던 중소업체 D사의 S부장은 “상당수의 중소업체가 연쇄부도를 맞고 도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집값 동향▼

업계는 이런 상황은 수도권 일대 집값 급등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95∼99년 수도권에서 공급된 주택 69만가구의 30%인 21만가구(연평균 4만2000가구)가 준농림지에서 공급됐는 데 이번 조치로 그만큼 공급 물량이 줄고 결과적으로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

▼전문가들의 대안▼

전문가들은 정부가 2003년 이전이라도 용인 광주 등지의 준농림지 중 일정 규모나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을 택지로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연구원의 박헌주(朴憲注) 토지연구실장은 “5000가구 이상 규모가 되도록 여러 개의 준농림지를 묶어서 국토이용계획 변경을 허락해주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단위로 묶기 어려운 준농림지라면 주어진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총면적) 등에 맡게 전원주택부지 등으로 활용하는 것도 땅값 하락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 이희연(李熙淵) 전무는 “수도권에 대규모 신도시를 만드는 것을 고려해볼 때”라고 주장했다. 주택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아파트가 팔릴 만한 곳을 선정, 계획적으로 개발한다면 업체들에 일감도 줄 수 있고 주택 공급 부족도 해결하면서 난개발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방법이라는 것. 코리츠닷컴의 김우진(金宇鎭) 사장도 “판교신도시 개발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