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 전 조조가 ‘관창해’(觀滄海)라는 시로 장관을 읊었던 중국 톈진(天津) 뻐하이(渤海).그러나 이곳은 지금 생물이 살지 않는 ‘사해’(死海)로 변해 가고 있다.
지난 4월말 보하이를 찾았을 때 어민들과 수산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적조(赤潮)피해 악몽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적조란 유기물 오염 등으로 바닷물에 부유생물이 급격히 번식해 바닷물이 붉은 색깔을 띄는 현상으로 심화되면 산소부족으로 생물이 살지 못한다.
뻐하이에는 붉은 색 대형스카프가 푸른 바다를 뒤덮은 듯 했던 적조가 지난 여름과 가을 모두 다섯 차례나 발생했다. 이곳에서 20여년 동안 조업을 해 온 루위팅(呂玉廷)은 “지난 해 어민들이 배를 300척이나 준비했는데 100척밖에 못 썼다”며 “날로 오염이 심해져 치어까지 다 죽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수산 시장에서 만난 한 40대 주부는 “먼 곳에서 온 손님들이 해물요리를 원해도 해 줄 수가 없었다”며 “올해는 좀 나아져야 할 텐데…” 라고 말했다.
▼적조 늘며 치어도 자취 감춰▼
지난 4월 31일 뻐하이와 가까운 랴오닝(遼寧)성 한 항구도시에는 잉어 미꾸라지 30만마리가 한꺼번에 떼죽음을 해 양식 어민들이 넋을 잃었다. 8년동안 양식업을 해 온 덩(鄧)모씨는 “죽은 물고기들을 건져 내는 데만도 1500부대가 들었다”며 “이날 하루만에 100만위안(한화 약 1억4000만원)의 재산손실을 입었다”고 탄식했다. 환경당국의 조사결과 이 지역은 생활하수와 각종 공업폐기물이 흘러들어 이같은 결과를 빚은 것으로 밝혔졌다.
▼매년 폐수 28억t 유입▼
8만㎢ 면적에 평균수심 18m인 뻐하이는 연안지역이 환발해경제지구로 지정된 후 오염이 가속화돼 현재 대륙에서 발생하는 폐수 87억t의 32%인 28억t, 수질 오염물질 총량의 47%인 70만t이 매년 57개의 배수로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 한때 황조기 갈치 등이 매년 3만∼5만t씩 잡히던 황금어장이었던 이곳에 최근 7년동안 적조가 무려 20여차례가 발생하면서 고기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류위중(劉宇中) 국가해양국 북해분국 부국장은 “뻐하이의 주요 오염물은 무기질소 무기인 기름 등의 오염도가 92년도만해도 표준면적당 25%에 그쳤는데 지금은 56%에 달한다”며 “뻐하이는 세계에서 11개밖에 안되는 전형적인 폐쇄수역이기 때문에 수질을 정상화시키려면 적어도 15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중국 톈진 환경연구소는 지난해 ‘뻐하이의 오염과 제어전략’이라는 논문에서 “중국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뻐하이만 연안 랴오닝 허베이(河北) 산둥(山東) 지역의 화학, 철강, 전자공업등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각종 산업폐수와 기름 등으로 부영양화를 초래하는 무기질소 인의 오염도가 해양환경 기준치를 최고 80%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富영양화-중금속 오염 심각▼
산업폐수 배출량은 연간 29만t에 달하고 통계가 잡히지 않는 엄청난 생활하수로 인해 기름 1만5000t, 무기질소 9만5000t, 무기인 3600t이 매년 발생하는 실정이라는 것. 구리 수은 납 카드뮴 아연 등 중금속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95년 국가해양국이 발표한 보고서는 뻐하이 바닷물의 56%가 수질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간 28억t의 오수와 70만t의 고형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이후 현재까지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해양오염의 심각성은 뻐하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바다는 발해 황해 동지나해 남지나해의 4개 해역으로 구성돼 1만8000㎞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인접 해역면적이 약 472만7000㎢에 달한다. 이곳은 2만종이 넘는 해양생물의 생존과 번식의 공간이자 1억4000만명의 삶의 터전. 그러나 지난 수십년동안 생태환경의 파괴와 오염으로 바다도 육지와 똑같이 심각한 환경문제에 처해있다. 49년이후 중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해양오염은 72년 다롄(大連)에서 300ha가 넘는 갯벌이 황폐화되어 어패류가 심각한 피해를 당한 폐수유출사고. 당시에는 특이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경제개발 전략에 따라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발로 매년 80억t이상의 오폐수가 바다로 곧바로 배출되면서 해양오염은 이제 ‘사건’이 아니라 대부분 근해해역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육지로부터 배출되는 각종 산업 쓰레기, 선박 석유생산 및 시추과정에서 매년 100여차례 흘러나오는 기름유출 등이 해양오염 악화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해양재난이 바로 적조. 중국정부가 밝힌 해양적조발생 현황에 따르면 70년대 세차례에 불과했던 적조는 80년 29차례 90년대에는 50여차례로 급증했다. 최근들어 발생면적이 넓어지고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 지난해 9월 뻐하이에서 발생한 적조는 3000㎢ 해역에서 무려 20일 넘게 지속돼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피해액 年 1조4000억원"▼
중국 수산과학연구원의 위안유쉔(袁有憲)교수는 “매년 적조피해로 인한 해양자원의 손실액이 약 100억위안(한화 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정부도 발을 벗고 나서고 있지만 별 다른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중국 정부는 98년12월부터 ‘뻐하이 벽해 행동계획’을 통해 우선 육지오염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환경자원위 두피란(杜碧蘭)위원은 최근 산동 옌타이(煙坮)에서 열린 뻐하이만 환경오염방지 좌담회에서 “유격전하듯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 적지 않고 오폐수 처리장 건설에 필요한 재원부족으로 오염개선 효과가 별로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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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수질 급속 악화 대규모 적조 우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바다가 삼면을 차지하고 있는 해양국가다. 이중 서남해안은 국토면적의 3.5배인 광대한 대륙붕이 있는 해저자원의 보고다. 특히 대규모 갯벌은 수산자원 확보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육상으로부터 오염물질 유입증가와 대규모 갯벌 매립, 육상 폐기물의 해양투기, 각종 해난사고로 인한 기름 유출과 대규모 적조 등으로 빠르게 오염되고 있다.
서해는 70년대 이후 공업단지가 대거 들어서고 연안오염을 정화시켜주는 갯벌마저 훼손되면서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인천 시화 지역은 한강하류로부터 4∼5급수의 오염된 담수가 대량 유입되고 김포쓰레기매립장으로부터 쓰레기 침출수 유입, 반월 및 경인공단, 남동공단 등의 공단지대와 인천 시흥 안산등으로부터 공장오수와 도시생활 오수가 유입되기 때문에 3등급의 나쁜 수질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시화호에서 오염된 담수가 계속 유입되어 수질이 악화된 상태이다. 향후 인천 송도신도시 건설과 시화지구의 산업화가 이루어질 경우 이 해역의 오염이 악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경인운하 건설후 유입되는 운하수는 더욱 오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군산 앞바다의 경우도 군장지구 매립건설로 산업시설과 인구증가로 적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향후 새만금 사업으로 인한 갯벌면적의 축소, 오염된 담수의 유입이 이 해역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육상 폐기물의 대규모 투기가 중국과 우리나라 공해상인 황해 중앙 수역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액상유기 폐기물 분뇨 하수 등이 연간 200만t 이상 버려지고 있어 장차 중국과의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역에서는 해양 투기에 관한 런던 협약에서 금하고 있는 물질들이 대거 버려지고 있다. 이 물질들은 대부분 육상에서 처리할 수 있으면서도 처리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순환이 느린 서해바다에 질소와 인이 축적돼 황해 중앙에서 대규모 적조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중국 발해 연안이 대규모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은 서해 수질 악화를 부채질할 것이다.
최중기(인하대 해양학과 교수)
▼환경정의시민연대 자문위원▼
김재현(건국대 산림자원학 교수) 김정인(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김창섭(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협약대책반 정책팀장) 서왕진(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최중기(인하대 해양학 교수) 추장민(베이징대 환경과학센터 연구원) 홍욱희(세민환경연구소장) 홍종호(한양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