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만나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는 커플이 늘고 있다.
㈜태울이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 ‘영웅문’에서 만난 이상호(32) 부소정(29) 커플은 만난지 5개월만인 지난달 27일 울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상호씨의 사용자이름(ID)은 ‘영웅본색’, 부소정씨는 ‘겐나’. 영웅본색과 겐나는 스승과 제자 사이다.
둘이 처음 만났을 때 영웅본색은 500점이 넘어선 게임 서버내 랭킹 1위의 고수였다. 겐나는 부산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때까지 80점 정도밖에 안되는 초보.
영웅본색과 겐나의 만남은 게임내 채팅으로 시작됐다. 영웅본색이 겐나에게 무공을 쓰는 법 아이템을 활용하는 법 등을 차례로 가르쳤다. 만난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소정씨는 500점이 넘는 고수가 됐고 영웅본색은 680점을 넘겨 1위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요즘은 겐나가 약초 보약 등 아이템이 생기면 영웅본색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씨가 부씨를 게임 밖에서 직접 만난 건 한 달 전쯤이다. 울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씨가 업무상 부산에 가는 길에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부씨를 찾아갔다.
사이버 공간에서 쌓아온 애틋한 정때문인지 두 사람은 부산에서 만난지 한달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달엔 ㈜넥슨의 온라인 머드게임 ‘어둠의 전설’에서 달빛동자 왕종귀씨와 백조 이은정씨가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 실제 결혼식을 올렸다.
이 커플이 사이버 공간에서 처음 만난 것은 작년 10월. 새침떼기 백조를 듬직한 달빛동자가 돕기 시작하면서 눈이 맞았다. 게임에서 직업이 성직자인 달빛동자는 무도가인 백조가 사냥이나 전투에서 몸을 다치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곤 했다.
이들은 만난지 석달만인 1월 혼인 날짜를 잡은 뒤에도 실제 데이트보다는 게임 속에서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았다고 한다.
주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온라인 게임은 희로애락 생로병사가 존재하는 실제 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또 하나의 세계다. 게이머들은 아바타라고 부르는 캐릭터를 통해 사이버 생활을 즐기고 이 아바타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긴다.
각 캐릭터의 행동 방식은 그 사람의 사고 방식이나 태도를 그대로 투영한다. 친숙한 캐릭터끼리는 동맹을 맺어 서로 돕기도 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결혼하는 커플은 아주 많다.
태울의 ‘영웅문’의 경우 게임 안에서 여자 캐릭터의 절반 정도가 사이버 결혼을 한 상태. 넥슨의 ‘어둠의 전설’에서는 하루 30쌍 정도가 사이버 결혼을 한다.
채팅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20세기 사랑법이라면, 게임은 사이버 세계에서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밀레니엄 사이버 사랑법이다.
ebizwi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