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주어진 정치적 과제는 크게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국내정치의 안정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로 화해와 평화공존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어제 제16대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김대통령은 12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밝히고 정치권의 초당적 협조와 범국민적 지원을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55년간의 적대와 반목을 벗어나 이해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기”로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회담에서 한꺼번에 모든 일을 다하려고 서두르지 않겠으며 합의는 가능한 것부터 성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차례 회담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획기적 변화라도 오는 양 성급한 기대로 들뜨지 않고 정성을 모아 겨레의 화해, 화합을 차근차근 추구하는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본보는 창간 80주년 기념사설을 통해 2000년 새 시대를 맞아 남과 북이 자해적 대결을 지양해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일류국가를 건설하는 데 힘을 쏟아야 민족 흥륭을 이룰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우선 남북이 상호 신뢰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데 최대의 역점을 둘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공산주의를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역사의식에 바탕한 민족의 화해를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대통령의 남북회담에 임하는 자세나 각오와는 별도로 정치권에서도 남북관계에 관한 한 초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야는 영수회담에서 합의한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 현안에 대한 여야의 시각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김대통령이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존중한다”고 강조했으므로 여권이 총선 민의를 어떻게 존중할지 지켜볼 일이다.
남북문제와 국내정치문제를 다함께 슬기롭게 풀기 위해서는 남북의 신뢰 못지않게 여야의 신뢰도 중요하다. 대화와 타협의 순리정치를 하려면 서로 한발짝씩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굳이 대통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당리 차원으로 비쳐질 수 있는 정쟁은 잠시 접어두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