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돌아오라.’
태릉선수촌의 하루는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중 ‘이기고 돌아오라’라는 곡이 삽입된 ‘개선행진곡’으로 시작한다.
새벽 6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개선행진곡이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는 가운데 선수들이 대운동장으로 몰려든다. 선수들이 둥그렇게 원을 만들면 음악이 댄스풍으로 바뀌면서 가벼운 체조와 에어로빅 타임. 하루이틀 해보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선수들은 제법 박자와 동작이 일치하는 능숙한 에어로빅 솜씨를 뽐낸다.
조깅에 이어 7시부턴 식사시간. 선수촌 식사는 아침 점심 저녁 세끼가 6500칼로리로 정확히 맞춰져 있다. 식사 후엔 본격적인 하루훈련이 시작되는 9시30분까지 1시간반 정도의 여유가 있다. 이땐 뭘 할까. 남자배구대표 신진식은 “대부분 모자란 잠을 채우기 위해 다시 침대에 눕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전 10시. 체육관 밖까지 쩌렁쩌렁한 함성소리가 들리기에 어딘가 봤더니 바로 레슬링장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비릿한 땀냄새가 진동한다. 웃통을 벗어제친 선수들의 몸엔 비오듯 땀이 흐르고 있다. ‘시드니올림픽 제패를 위해 오늘도 피와 땀을!’이란 문구 앞에서 선수들은 뛰고 구르고 고함지르고 단 1초의 쉴 틈도 없다.
오후.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다 인조잔디에서 올라오는 지열 때문에 ‘가마솥’을 방불케 하는 대운동장에서 여자하키선수들이 스틱을 들고 열심히 뜀박질을 하고 있다.
탁구전용체육관에선 시드니올림픽에서 ‘중국의 벽’을 넘기 위해 기술연마에 애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대회 목표는 금메달 2개. 남녀복식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윤상문감독은 “연습량이 승부를 좌우한다. 눈 감고도 볼을 때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며 선수들을 독려한다.
같은 시각 웨이트트레이닝장인 월계관엔 여자배구와 레슬링선수들이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근력강화에 몰두 중. 바벨을 어깨에 걸치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여자배구 장소연의 모습이 애처롭다.
저녁엔 하루일과를 끝낸 선수들의 휴식시간. PC방 노래방 당구장 등이 마련돼 있지만 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바짝 다가와서인지 요즘엔 선수들의 발길이 뜸하다. 취침시간인 10시전까지 비디오 분석으로 라이벌들의 전력을 분석하든지 야간훈련으로 촌각을 아끼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선수촌에 들어와 있는 선수들은 모두 312명. 그들은 잠을 잘 때도 시드니올림픽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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