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시드니올림픽(9월15일∼10월1일)이 7일로 정확히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마라톤의 이봉주 정남균 백승도 등 ‘월계관 후보’를 만나 그들의 구상을 듣고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각 종목 대표 선수들의 각오를 들어봤다.】
“우리가 나란히 1, 2, 3위를 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맹훈련 중인 ‘한국 마라톤 3총사’ 이봉주(30·삼성) 정남균(22·한체대) 백승도(32·한전). 이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손기정(36베를린)-황영조(92바르셀로나)로 이어지는 한국마라톤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잇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세 선수를 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
96애틀랜타올림픽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인 이봉주는 “최상의 상태에서 뛸 수 있게 차근차근 준비하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승도는 “이번이 올림픽 첫 도전이자 마지막이란 걸 잘 알고 있다”며 굳게 입술을 깨물었고 ‘다크호스’ 정남균은 “훌륭한 선수들과 뛰는 것 이상의 영광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올림픽출전권을 확보한 뒤 소속팀에서 개별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은 서로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한때 서울시청팀에서 이봉주와 한솥밥을 먹었던 백승도는 “봉주는 성실하지만 훈련 욕심이 남달라 애틀랜타올림픽에서 2위에 머문 부담으로 이번에는 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목표달성 여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남균에 대해서는 “훈련 때 항상 그룹의 뒤에서 따라오는데 이러다 보면 기록은 물론 과감성이 떨어지고 체력소모도 크다”고 충고했다.
이봉주가 염려하는 백승도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아킬레스건인 체력. 이봉주는 “레이스를 일단 시작하면 혼자 부딪쳐야 하는 극한상황이 대부분”이라며 “페이스를 잘 조절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남균에 대해서는 “함께 뛰어본 적은 없지만 젊은 패기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코스는 언덕이 많은 난코스. 당일 기온도 섭씨 30도에 이를 것으로 보여 극심한 체력소모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체력보강을 위한 이들의 노력도 남다르다. 세 선수 모두 한약과 비타민제 등으로 체력을 보강하고 있다. 특히 이미 서른고개를 넘긴 백승도가 들이는 정성은 지극하다. 세 선수 중 유일한 기혼으로 올림픽이 열리기 한달 전인 8월에 둘째아이가 태어날 예정인 그는 특별 영양식을 복용하며 ‘마지막 승부’를 벼르고 있다.
금메달은 하나지만 세 명이 힘을 모은다면 한국의 메달 가능성도 한결 높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에 대한 이봉주의 대답은 즉각적이고 날카로웠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우승후보들이다. 실력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모두 우승을 노리고 출전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를 끌어 주는 페이스 메이커란 있을 수 없다”는 것.
한국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꿈은 이같은 ‘산고’로 영글어가고 있다.
hyangsan@donga.com
▼한국마라톤 기대주 3인 기록표▼
올시즌 랭킹선수작성일대회명기록((최고기록)
3이봉주2월13일도쿄마라톤2시간07분20초
17백승도2월13일도쿄마라톤2시간08분49초
85정남균3월19일동아마라톤2시간11분29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