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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존]'공동경비구역 JSA' 판문점 오픈 세트 공개

입력 | 2000-06-07 11:17:00


남북한 정상회담을 1주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남북 분단의 상징물인 판문점을 재현한 오픈 세트가 첫 선을 보였다. 5일 경기도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열린 ' 세트장 공개 및 기증식'에서 실물의 90% 크기로 제작한 북측 판문각, 남측 자유의집, 군사 분계선에 걸쳐져 있는 회담장 5동이 취재진에 공개된 것.

행사를 주관한 제작사 명필름은 뙤약볕이 내려 쬐는 데도 불구하고 남북한 경비병 의상을 입은 23명의 엑스트라를 '자유의 집'과 판문각, 군사분계선 등에 포진시켜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장식이 간소한 회담장 내부도 선보였다. 명필름 측은 오픈 세트가 실제 판문점 일대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촬영한 사진을 함께 배포했다.

명필름의 한 관계자는 "판문점을 견학하는 것은 물론 지난 95년 귀순한 정성산 씨의 도움과 각종 자료를 참조해 실물과 거의 똑 같게 지었다"며 "5년 이상 교육과 관광 장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8천여 평의 부지에 세워진 이 세트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받은 3억원을 포함, 모두 8억원을 들인 것으로 공사기간만 7개월이 걸렸다.

영화진흥위원회 유길촌 위원장, 한국영화제작자협회 유인택 회장, 여성영화인 채윤희 대표와 박찬욱 감독, 주인공 이영애 송강호 이병헌 등이 참가한 기증식에서 각색 작업에 참여한 정성산씨는 "는 이데올로기를 휴머니즘으로 녹여 내리는 최초의 영화일 것"이라 며 "인간애와 사랑이 나오는 이 영화 속의 휴머니즘이야말로 통일을 앞 당기는 지름길"이라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박찬욱 감독은 "몇 개월 동안 촬영을 한 곳이지만 북측 지역인 판문각 앞에서 공식행사를 하게 돼 기분이 이상하다"며 "남북간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화를 기획했는데 때맞춰 남북 정상 회담이 성사돼 기쁘다"고 말했다.

오는 9월9일 개봉될 예정인 는 북한 초소병의 죽음을 둘러싸고 남북한이 긴장관계에 빠져들자 유엔군 소속의 한국계 스위스 여군 소령(이영애)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는 미스터리로 남측 경비병으로 이병헌 김태우가, 북측 경비병으로 송강호 신하균이 등장한다.

▼박찬욱 감독 인터뷰▼

-1주일 뒤면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남북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 느낌이 남다를 텐데?

-우리 영화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웃음). 회담이 영화의 내용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한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영화긴 하다.

-이야기 속에 긴장 완화를 유도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인가?

-영화가 정치적이고 현실적인 요구를 할 순 없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개방된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작가 황석영 씨가 말한 것처럼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영화의 내용이 모두 긍정적이라는 얘기는 아닐 텐데?

-남북한 양쪽이 듣기에 모두 달콤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에서도 디테일에 많이 신경을 썼다고 하는데?

-디테일은 중요하지만 그것에 목숨을 걸지는 않았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고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관객의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소품에 신경을 쓴 건 사실이다. 차량 화기 같은 것은 특히 그랬다.

-군 당국의 협조는 있었나?

-(제작자 이은) 의문사한 김훈 중위 사건이 여전히 미결된 상태여서 협조를 받기 어려웠다. 또 매일 눈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남북한 병사들이지만 전혀 접촉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런 대목이 나오는 영화를 지원하면 사병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게 군측의 입장인 것 같았다.

-언뜻 보면 과 내용이 유사한 데 혹시 참조한 영화가 있는가?

-여군 장교가 나오고 포스터에 등장하는 송강호와 이병헌이 각각 잭 니콜슨과 톰 크루즈를 연상시킨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같다는 소리도 들었고 극중에서 사건 수사를 맡은 스위스 장교가 와 닮은 점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런 영화들을 참조하진 않았다.

-국내 최초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사용하는 2.35 대 1의 시네마스코프로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림을 만들어내는데 경제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단독 인물을 잡을 때 집중도가 높은 클로즈업을 잘 뽑아 낼 수 있고 그룹 쇼트도 연기자들의 앙상블 효과를 얻는데 좋았다. 풍부한 광량을 만들기 위해 조명이 고생을 했다.

▼이영애 송강호 이병헌 트리오 인터뷰▼

의 주인공 트리오 이영애 송강호 이병헌은 정수리를 뚫어 놓으려는 6월의 직사광선 아래서도 두툼한 정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판

문점 공동경비구역 북한군 중사로 등장하는 송강호는 왼쪽 가슴과 팔에 각각 김일성 배지와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패찰을 달고 예의 무뚝뚝한 표정을 지어 카리스마를 풍겼다.

예전보다 1cm는 쑥 들어간 듯한 여윈 볼에 견고한 헬맷을 눌러쓴 이병헌은 호기심 많고 건강한 남한측 JSA 병장 답게 검게 그을은 얼굴에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이영애는 베레모와 정복 탓이기도 하지만 짤막한 답변으로 일관해 폭염 속에서도 서늘함(?)을 선물했다.

▼송강호▼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여느 영화와 다른 느낌이 들었을 텐데?

-새로운 시각으로 분단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인간애가 풍기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떤 배역인가?

-지뢰를 밟은 수혁(이병헌)을 살려주는 북한군 중사 오경필이다. 인상은 거칠지만 인정과 의리가 있는 인물이다. 침착하고 냉철하지만 굉장히 인간적이다. 오경필을 통해 관객은 북한 사람도 다 똑같은 인간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코믹한 배역을 맡았을 때와 달리 처럼 심각한 배역에서는 특유의 연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에서 연기가 좋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이 송강호에게 관성적으로 요구한 캐릭터와 달라서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촬영 과정에서 무엇이 힘들었나?

-미스터리 장면을 위해 10~15일 동안 밤샘 촬영을 할 때가 있었는데 연기의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추위도 몸을 고통스럽게 했다.

-북한군 배역이라서 더 힘든 점이 있었나?

-촬영 전에 이북 사투리 연습을 많이 해야 했다. 작가 정성산 씨에게 특별지도를 받았다. 이야기 전달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사투리를 썼다. 사투리를 위한 사투리를 쓰지는 않았다.(북한 사투리로 대사를 해달라고 하자 송강호는 '너가 가라디 않았어'를 지나가는 말로 하면서 쑥스러워했다).

▼이병헌▼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여느 영화와 다른 느낌이 들었을 텐데?

-무거운 소재라고 생각하고 받은 시나리오에서 재미있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또래의 젊은이들은 솔직히 분단현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촬영이 거의 끝난 지금도 그것은 비슷하다. 선을 그어 놓고 대치한 양측 병사가 눈썹 하나 깜빡 안하고 서 있다는 게 코미디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북한군도 우리와 똑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배역인가?

-호기심이 많은 남한측 JSA 병장이며 속사수다. 총격 사건의 용의자인 경필과 정 반대의 진술을 하게 되는데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가슴에 묻어두려는 인물이다.

-얼굴이 많이 야위었는데?

-죽으로 연명해서 그렇다. 극 상황에 맞게 살을 빼야 했는데 1주일 동안 몸무게를 5kg 줄였다. 운동으로는 안될 것 같아서 끼니마다 죽을 두어 술 먹었다. 신이 길어 밤을 새울 때는 얼굴이 달라질 것 같아 물도 못 마셨다.

-촬영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은?

-오후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꼬박 촬영할 때가 많았는데 군복 위로 서리가 내렸다. 추위가 뼈 속까지 파고든다는 걸 그 때 알았다.

▼이영애▼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여느 영화와 다른 느낌이 들었을 텐데?

- 이후 4년만에 출연한 영화여서 새로운 느낌이다.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휴머니즘을 다루는 이야기여서 특별히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어떤 배역인가?

-판문점 총격 살인사건의 책임수사관으로 파견된 스위스 군 정보단 소피 소령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이다. 욕심을 갖고 연기를 하긴 했는데 개인을 드러내기보다는 수사 과정이 중요한 영화여서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멜로 드라마가 아니어서 다른 등장인물과의 호흡 문제는 없었다.

-군인 역할은 처음일 텐데?

-스위스는 우리와 사정이 달라 특별히 혹독한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계급을 외우기가 어려워 종종 상대 연기자의 계급을 잘 못 부르곤 했다. 그래도 유익했다. 말의 톤이 높은 편인데 배역에 맞게 낮추려고 했다.

-스위스 군 소령으로 등장하는데 대사는 어떻게 하나?

-영어에 능통한 인물로 나온다. 평상시 영어 레슨을 받아오긴 했는데 영화에서 어떻게 비칠지는 잘 모르겠다. 최선을 다했다.

김태수(tskim@film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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