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사람에게 이러면 안되지.”
울산 현대 고재욱감독이 경기 전에는 어느 누구와도 악수를 하지 않는다. 경기 전 악수를 하면 진다는 게 그 이유. 그만큼 고감독은 예민하다. 더군다나 최근 팀이 연패의 늪에 빠져있어 더욱 그렇다.
이런 고감독이 7일 라커룸 위치 문제로 한바탕 실랑이를 벌여 ‘징크스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과시(?)했다. 발단은 안양이 올 들어 운동장을 개보수하면서 그라운드 오른쪽에 있던 두 개의 라커룸 중 하나를 폐쇄하고 반대편에 새로운 라커룸을 만들어 원정팀에 배정하면서 비롯됐다. 하지만 그라운드 오른쪽 라커룸은 원정팀이 차지하는 게 관례. 이 때문에 안양은 연맹에 미리 양해를 구했고 수원, 포항과 두차례 경기를 별 무리 없이 치르며 각 구단으로부터 동의를 얻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곤두서 있던 고감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느냐”며 라커룸 위치를 당장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당황한 안양은 경기감독관과 함께 황급히 설득에 나섰지만 별무효과. 고감독은 “원칙대로 하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경기 시작 15분 전 운동장에서 한창 몸을 풀고 있던 선수들이 짐을 싸들고 이쪽 골대에서 저쪽 골대로 이동하는 진풍경을 벌여야만 했다. 하지만 현대는 0-3으로 대패해 6연패의 늪에 빠졌다. 고감독의 징크스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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