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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파바로티 내한공연 '한반도 평화콘서트'

입력 | 2000-06-08 11:31:00

손 맞잡은 파바로티-달라이 라마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지금까지 두 번 내한공연을 가졌다.

첫 번째는 살벌하던 유신치하의 1977년 겨울이었다. 세종문화회관 개관을 몇 개월 앞둔 때였기 때문에 공연은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렸다. 피아노 한 대만 놓아 휑뎅그렁해 보이는 무대에서 파바로티는 절제되고 성의있는 노래를 들려주었다.

로시니의 ‘춤’, 베토벤의 ‘이 차가운 무덤속에’…. 그다지 잘 연주되지 않는 노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의 따스한 목소리는 처음 듣는 노래들을 관객들의 마음 깊숙이 전해주었다.

앙코르로 잘 알려진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전주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탄성과 갈채를 보냈다. 많은 음악팬들이 그날의 연주를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고 회상한다. 공연은 TV와 FM으로 방송됐다.

두 번째 공연은 16년 뒤인 1993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음향시설이 문제를 일으켰는 지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객석에 또렷이 전달되지 않고 왕왕거렸다. 파바로티는 ‘어딘가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프로그램은 쉽고 대중적인 곡목으로 채워졌다. 가끔 목소리가 턱에 걸린 듯 잘 나오지 않았고 호흡이 짧아 음반에서 듣던 그 노래가 아니었다. 공연장을 걸어 나오는 관객들 사이에서 “돈이 아깝다”고 불평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30일 오후8시반, 파바로티는 세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7년전과 같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연주곡목이 확정되지 않은 이 공연에서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이 반주를 맡는다. 공연 제목은 ‘한반도 평화 콘서트’로 정해졌다.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한다는 ‘취지’다.

이번 공연에서 파바로티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23년전과 같은, 혹 7년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공연장의 규모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2만∼10만원. 02-368-1515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