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과 김병현(21)이 활약중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흥분한' 한국네티즌에게 점령당하고 말았다.
최근 ESPN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팬 의견게시란인 '메시지보드(Message Board)'엔 한국팬들이 보낸 글이 절반 이상 떠있다.
문제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써놓거나 인종차별적인 발언들이 있어 자칫 김병현의 팀내 입지와 한국인의 위상에 상처를 줄 우려가 있다는 것.
최근 팬들의 감정이 폭발한 것은 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 이후. 이날 1-1 동점인 9회 1사 후 등판한 김병현은 두명의 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잡고 3분의 2이닝을 깨끗이 마무리지었다. 애리조나는 연장 10회 2점을 뽑아 승리의 기회를 잡았으나 벅 쇼월터 감독은 10회말 김병현 대신 마무리로 매트 맨타이를 등판시켰다. 하지만 뒤이은 맨타이는 등판하자마자 3점을 내줘 결국 김병현의 승리도 날아가고 애리조나는 역전패.
경기가 끝난 뒤 ESPN과 애리조나의 홈페이지엔 맨타이와 쇼월터 감독에 대한 비난의 글이 봇물 터지듯 올라왔다. 대부분 한국 내의 팬과 재미교포들이 띄워놓은 것.
"김병현을 차라리 트레이드시켜라"거나 "쇼월터 감독이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원색적인 내용들이었다.
이 와중에 한 팬이 ESPN에 올린 글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네오진'이라는 ID로 쓴 글은 '한국인인 병현이가 최고(best), 맨타이는 병신(sucks)'이라는 내용. 그러자 한국팬들 사이에 이 글을 지지하는 글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국인의 수치"라며 "야구는 실력으로 말하는 것이지 피부색깔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쪽과 "미국에서 살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서러움을 많이 당한다. 속시원하게 잘 썼다"는 쪽이 엇갈려 "미친 X들" "교포, XX들"이라는 원색적인 용어로 서로를 비난했다. 인터넷 홈페이지가 '아수라장'으로 변한 뒤 한 독자는 본보에 직접 전화를 걸어 "보다못해 연락을 했다. 제 얼굴에 먹칠을 하는 짓들을 제발 그만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김병현은 2승 3패 6세이브, 평균자책 1.98로 1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 7.45의 만타이보다 기록상으론 앞서 있다. 하지만 선수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 이를 인종차별이라고까지 비화해 구단 홈페이지에 글을 띄우는 것은 오히려 김병현을 위축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