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기자가 좋다."
유럽 최대의 축구잔치 '유로2000(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 개최국인 네덜란드와 벨기에 경찰 당국의 하소연이다.
악명 높은 훌리건들이 폭동을 일으킬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는데다 공교롭게도 18일엔 앙숙인 잉글랜드와 독일이 조 예선에서 맞붙게 돼 비상이 걸렸다.
결국 믿을 건 기자들이 '나타나지 않는 기적' 뿐이라는 것. 훌리건들 사이에선 자신의 폭력이 언론에 크게 보도될수록 영웅 대접을 받게 돼 기자들이 없으면 이들도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양국은 이미 훌리건 대책에 대회 총예산의 3배가 넘는 1억6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특히 벨기에 정부는 대회 기간 감옥에 있는 죄수 150명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그 빈 감방을 체포한 훌리건들로 채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대회기간 1000여명이 넘어설 잉글랜드 훌리건은 폭동을 '명예로운 전투'로까지 생각하며 'D데이'를 기다릴 정도. 이미 독일 훌리건과 멋진 한판 승부를 위한 E메일 교환까지 하고 있다는 정보다.
수개월간의 대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자국 리그 결승전이 끝난 후 벌어진 폭동도 못막은 벨기에 경찰이 '게으른 기자 예찬론'을 펴는 것은 바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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