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40대 직장인입니다. 얼마전에 승진을 했습니다. 남들은 승진하면 기쁘다고 하는데 저는 정반대입니다. 아래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도 어색하고 겁이 납니다. 발표할 기회도 늘어 회의에 들어갈 생각만 하면 전날 밤부터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자꾸 손에 땀이 나고 소화도 안되고 기분도 우울합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답▼
성공하거나 승진하면 당연히 기뻐야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성공 후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또한 성공을 두려워하여 아예 그런 기회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신역동적으로는 자신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적절감, 자기의 능력에 자신이 없는 열등감, 그런 자리에 오르기까지 경쟁적으로 살았던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 오를 만큼 올랐으니 그만큼 물러나야 할 때가 가까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의식적으로는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 없음이 제일 많이 작용합니다. 성격적으로 꼼꼼한 사람은 위에서 시키는 일은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승진하면 단지 일의 추진능력뿐만 아니라 전체를 보는 조감능력, 위와 아래를 연결하는 대인관계 능력 등 보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능력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자기의 진짜 모습이 나타날까봐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불안감을 다스리는 일입니다. 불안하면 그것이 우리 뇌의 대뇌피질에 작용해 당장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을 방해합니다. 회의석상에서 당황하게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누구든지 처음부터 자기에게 주어진 새로운 역할을 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는 데서 더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고, 이만큼 승진한 데는 자기는 모르지만 남들은 자기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양창순(양창순신경정신과원장)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