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네이션’은 잉마르 베르히만의 '일곱번째 봉인’을 연상시키는 공포영화다. 인간이 저승사자의 방문을 피할 수 있을까 하는 철학적 질문을 공포영화의 문법에 맞게 담아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미국 뉴욕의 고교생 알렉스(데본 사와)는 40명의 친구들과 프랑스 파리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순간 섬뜩한 경험을 한다. 죽음을 떠올리는 불길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급기야 비행기가 폭발하는 생생한 악몽을 꾼다. 그를 말리던 일행 6명과 함께 공항에 남겨진 알렉스의 눈앞에서 이륙하던 비행기는 산산조각이 난다. 얼떨결에 살아남은 7명의 생존자. 과연 그들에게 예정된 운명의 화살은 비켜갈 것인가.
엽기적 칼질과 비명소리가 넘쳐나는 슬래셔영화보단 한 차원 높다. 특히 비행기사고로 죽은 존 덴버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죽음의 전주곡으로 만들어낸 역설법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18세이상 관람가.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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