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비즈니스.com / 클리프 밀러 지음 / 세종서적▼
9일자 신문의 1면은 거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분할을 명령하는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장식됐다. MS의 운영체계 윈도의 ‘대항마’로 인식돼온 리눅스에 대해서도 새삼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리눅스? 핀란드의 엔지니어 리누스가 개발한 운영체제(OS). 소스코드를 내부의 개발자들만 알고 있는 윈도와 달리 처음부터 코드를 공개했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금방 해결책이 제시돼 인터넷으로 전파되므로, 리눅스는 열성 네티즌들의 ‘자원봉사’에 힘입어 급속히 진보해올 수 있었다.
저자가 대표적 리눅스 기업중 하나인 ‘터보리눅스’의 최고경영자인 만큼, ‘윈도처럼 독점적 배타적이지 않은 리눅스로 어떻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가’가 책의 핵심주제다.
그가 제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세가지. △‘개방적인 표준을 공급,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사용자의 다수를 장악하라’는 ‘아마존 전략’. △ ‘상업용 고급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고급 기능의 제품을 패키지화, 편리하고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하이브리드 전략’. △폭넓고 신뢰할 수 있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가를 지불받는 ‘손을 잡아드리죠’(I wanna hold your hand) 전략으로 정리된다.
책은 ‘네티즌 공동체’가 발전시켜온 리눅스의 시민민주주의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과 함께 기업으로서 주의할 점을 적시한다. 리눅스의 발전이 컴퓨터 공동체에 기반을 둔 만큼, 리눅스 관련기업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공유, 리눅스의 발전에 기여하고 합리적인 부분에서 수익을 취해야 환영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맹목적인 ‘리눅스 예찬’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현 단계에서 리눅스가 가진 한계점을 명확히 적시하고 올바른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우선 데스크톱을 지원하는데 리눅스는 아직 많은 한계를 가진다. 대부분의 데스크톱이 윈도에 맞춰 출하되므로, 사용자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정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한 확고한 대비책과 서비스 준비는 필수다.
MS 분할판결에 따라 리눅스의 미래를 낙관하는 시각에도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앞으로 윈도 리눅스 유닉스 등이 공존하는 ‘멀티 운영체제’시대가 열리는 만큼 리눅스가 지금까지 탄탄하게 구축된 윈도의 인프라를 대체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 오히려 다른 운영체제의 애플리케이션도 지원할 수 있는 ‘호환성’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여러 제약에 비추어볼 때 현재로서는 ‘하이엔드(최고급기술)가 필요없는, 사용자가 폭주하지 않는 중간규모 기업의, 인터넷 서버 위주의 시장’으로 리눅스의 영역은 제한된다.
그러나 저자는 리눅스의 미래에 대해 낙관을 숨기지 않는다. 지금까지 리눅스의 역사가 증명했듯이, ‘사용자가 곧 개발자’로서 소비자의 욕구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띨 수 있고, 수 많은 사용상의 갈등을 균형있게 통제 조절하는 ‘시민사회’의 기능을 리눅스 공동체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원 옮김. 288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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