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 시오노 나나미 지음/김석회 옮김/한길사 펴냄▼
체계적인 통치체제를 구축해 팍스 로마나를 만들었던 로마제국. 이 거대한 제국도 역사 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저자는 로마가 이런 거대한 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결국에는 멸망하게 된 까닭을 20가지의 질문에 담아 정리했다.
▽군사적 정복과 문화적 정복〓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로마가 군사적으로는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문화적으로는 정복당했다”고 말했다. 이는 로마인의 자신감과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로마인은 좋다 싶으면 그것이 적의 것이라 해도 거부하기보다는 모방하는 쪽을 택했다.
▽로마인의 ‘악덕’〓로마인은 악덕을 근절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위선이라고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인이나 로마인이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했던 것은 ‘근절’이 아니라 ‘절제’다. ▽도시와 지방의 관계〓단일 문화인 ‘지방’과 다양한 문화를 특색으로 하는 ‘도시’는 그냥 내버려두면 대립관계가 되기 쉽지만, 로마인은 도로망을 정비해 이를 공동운명체로 바꿔갔다”.
▽빈부격차〓로마에서 권력과 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자에게 최고의 명예는 공공사업에 사유재산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었다.
▽시민과 시민권〓아테네인이 생각하는 시민이 ‘피’라면 로마인이 생각하는 시민은 ‘뜻을 같이하는 자’다. 따라서 로마인은 적이라도 무찌른 뒤에는 ‘뜻’만 맞으면 동지로 삼아 동화시켰다.
▽로마법〓로마인에게는 법은 인간이 만든다는 생각이 깊이 박혀 있었다. 법률은 사람들의 종교나 지적 관심이 달라도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규칙이다. 보편 제국을 만든 로마인에게 법률만큼 어울리는 창조물도 없다.
▽로마의 멸망〓로마의 멸망은 위대한 문명의 종착지로서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불가피한 결과였다. 왜 멸망했냐고 묻기보다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김석희 옮김 275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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