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가로스 지신(地神)’의 팔도 안으로 굽었다.
미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마리 피에르스(25·프랑스). 고향은 캐나다 몬트리올이며 미국에서 살고 있다. 어머니 국적을 따랐으나 어눌한 프랑스어 발음에 ‘무늬만 프랑스인’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하지만 몸속에는 엄연히 ‘모국’ 프랑스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파리지엔의 아낌없는 응원을 받았고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섰다.
10일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 피에르스가 홈관중의 열렬한 박수 갈채 속에서 콘치타 마르티네스(스페인)를 2-0(6-2, 7-5)으로 꺾었다. 95년 호주오픈에 이어 자신의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90년 이후 11차례 도전 끝에 획득한 패권. 상금은 57만5000달러.
피에르스의 정상 정복으로 프랑스는 67년 프랑수아 뒤르 이후 33년만에 이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경기 후 피에르스는 프랑스어로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내 꿈이었고 홈관중의 성원 덕분에 이제 그것을 이뤘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또 약혼자인 미국 메이저리그의 톱스타 로베르토 알로마(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기쁨을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첫세트를 가볍게 따낸 피에르스는 2세트 초반 0-2까지 뒤져 1만5000여 홈팬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강력한 스트로크와 최고 시속 160㎞의 서브를 앞세워 2-2 동점을 만든 뒤 5-5에서 다시 내리 2게임을 잡아 승리를 결정지었다.
피에르스는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와 짝을 이룬 복식에서도 버지니아 누아노 파스쿠알(스페인)-파울라 수아레스(아르헨티나)조를 2-0으로 꺾고 우승, 2관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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