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경매가 탈법 천국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동아일보 보도 이후 본사에는 경매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경매브로커에 속아 투자한 돈을 날렸다는 사연, 법원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믿고 입찰에 응했다가 나중에 큰 피해를 보게 됐다며 법원을 원망하는 내용 등이 대부분이었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법원이 주관하는 일에 어떻게 이같은 탈법과 비리가 개입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경매계 직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를 포함해 법원 전반에 퍼져 있는 일반 시민 경시풍조를 질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보도 이후 법원측이 보인 반응은 의외였다. 한마디로 법원 경매가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경매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이 그 정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법원은 경매물건과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느냐”며 오히려 의아해했다.
더구나 일반 시민이 보고 있는 피해도 결국은 ‘주의를 게을리한 스스로의 과실’이라며 법원의 ‘무죄’를 강조했다.
경매제도가 아무리 ‘법원의 골칫거리’라지만 이같은 법원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경매가 분배 정의를 실현하는 마지막 법적 장치인데다 최근에는 중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돼 많은 이들의 관심 대상이라는 것을 법원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도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문제 자체를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법원이 경매브로커나 이와 연결된 폭력배들의 천국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겠는가. 법원은 더 늦기 전에 경매제도의 문제점에 눈을 돌려 일반 시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정훈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