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주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자국내 방송 중계권 협상이 2년넘게 답보 상태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중계권을 사들인 스위스의 스포리스사가 1998년 프랑스 대회보다 엄청나게 높게 제시해놓았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스포리스사는 국제축구연맹(FIFA)에게 2002년과 2006년 두 대회의 방영권을 2조 3000여억원에 사들였으며 한국과 일본은 스포리스의 위탁을 받은 스포츠마케팅회사 ISL과 협상중이다.
먼저 한국은 KBS 등 TV3사가 월드컵방송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부터 ISL과 세차례 협상했으나 양측의 이견만 확인한 상태다. 구체적인 금액은 제시되지 않았으나 ISL측은 98년 대회 중계권료인 15억원보다 30∼40배는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ISL은 연간 계약하는 한국의 스포츠광고 판매 방식이나 상한선이 있는 광고요금체계, 광고 매출액의 6%를 내는 방송발전기금 등의 ‘한국적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월드컵 64경기의 중계 수입에 대한 방영권료를 계산하고 있어 협상의 물꼬를 틔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측은 그러나 64게임중 한국 출전 게임이 얼마 안될 가능성이 높아 ISL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우며 한일 양국의 방송광고시장이나 시청자 규모 등을 비교해 일본의 협상 상황을 봐가며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올림픽 중계권료의 경우 일본의 10% 수준.
일본도 NHK와 민방 5개사로 구성된 저팬 컨소시엄이 1998년부터 협상에 나섰으나 ISL이 2002년 한 대회만 2500억원을 제시해 결렬 상태까지 갔다. 이 금액은 98년보다 100배나 더 많은 금액. 일본은 최근 위성방송 스카이퍼펙TV가 중계권에 의욕을 보이자 내부 교통 정리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한일 양국의 입장은 아직 여유있는 분위기. 대회 개막일인 2002년5월31일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데다 FIFA가 이번 대회의 개막전과 개최국 출전 경기, 결승전 등은 무료로 방영하도록 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7게임은 방영할 수 있다”(에비사와 가쓰지 NHK 회장)며 중계권을 싸게 살 수 있는 전략을 구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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