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연기와는 관계없이 막바지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는 주말과 휴일을 보냈다.
김대통령은 10일 밤 비서진들로부터 북한의 회담 연기 요청을 보고받은 뒤 “우리가 55년을 기다려온 만남인데 하루를 더 못 기다리겠느냐”며 그럴수록 더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런 김대통령의 반응은 정상회담이 하루라도 연기된 것은 썩 좋은 일이 아니지만 역사적인 ‘평양행’을 앞두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정상회담 연기로 뜻하지 않게 벌게 된 시간을 김대통령은 관련 자료와 연설문 검토 등 정상회담 준비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박수석은 “김대통령이 이번에 북한 방문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민족과 후손들에게 봉사하는 길인가를 더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히 평양행이 임박해지면서 녹지원 등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시간도 늘어났다는 것.
김대통령은 10일에는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와 오찬을 함께 했다. 회담 전 마지막 공식일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방북기간 중 이총리서리를 중심으로 국무위원들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오전에는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와 함께 자유로를 달려 통일전망대를 찾았다. 분단 55년만에 이뤄지는 첫 정상회담과 방북이 민족의 염원인 통일의 길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곳을 찾은 것 같다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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