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혁명이 몰고 온 거대한 변화▼
과학기술 혁명(STR:Science Technology Revolution),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시작된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은, 오늘날 세계를 디지털혁명이라는 새로운 변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또한 디지털혁명은 변화된 새로운 질서에 익숙한 형태를 가진 사회구조로의 이행을 전통 산업사회에 촉구하며, 사회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규범으로의 전환(New Paradigm Shift)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제 디지털혁명은 사회의 각 영역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인가?
우선 경제분야에서는 기존의 판매와 구매 방식에 익숙한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 네트워크 마케팅(Network Marketing)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거래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확체증에 의한 가격의 지속적 하락과 유통비용 감소, 그리고 공급자의 가격결정력 약화 및 생산성 향상에 의한 서비스 가격의 하락을 통해 소비자 중심의 시장구조로 자연스레 변화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각 기업들은 인터넷부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은 물론, 새로운 사업영역의 개발과 새로운 기업간의 제휴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행동방식을 모색하거나 창출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막대한 투자로 인하여 발생한 고용증대의 효과를 통해 상대적인 실업률은 계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정치 분야에서는 인터넷의 등장에 따라 일반인들의 정치 참여가 가능해짐으로써, 그 동안 실현 불가능했던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를 대신해 꽃 피우기 시작했으며, 네티즌이라 불리는 새롭게 형성된 계층에 의해 여론의 향방이 주도되고 있다.
또한 정보의 개방과 공유에 대한 의식이 성장하고 그 요구가 가속화 되면서, 예전과 같이 일부에 의한 정보 독점 역시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어, 정치 및 언론에 대한 투명성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문화 분야를 살펴보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그동안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했던 다양한 영역들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으며, 다양한 계층과 계급간의 의사소통, 즉 인터넷을 통한 대화 역시 원활하게 진행되어 계층, 계급간의 갈등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수 많은 공동체가 형성되고 다양한 정보의 제공이 가능해짐으로써, 그동안 접해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문화적 체험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의 여파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존재하였던 기존의 장벽과 제한마저도 소멸되어,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 혁명은 인터넷의 발전과 동반하여, 자신이 지니고 있는 순기능과 장미빛 미래로 인하여 급속도로 자신의 위치를 강화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혁명의 이면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정보의 빈부격차'(Digital Divide)라 명명된 새로운 계급, 계층간의 갈등 요인이 내포되어 있어, 그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모순들이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격차의 가속화 및 다양한 역기능 ▼
디지털혁명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시공을 초월하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직접 반영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새로운 공적 삶의 형태를 창조하고 있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통해 전자상거래는 물론, 교육 및 오락을 즐기며 다양한 선택과 향유의 권리를 획득하게 되었고, 과거에 소외되었던 정치에서도 그 참여의 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정치적인 활동이 가능해졌으며, 이는 곧 기존의 정치에 대한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 머지않아 정치혁명을 가져올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의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미국에서 볼 수 있듯이, 디지털혁명은 위와 같은 다양한 순기능 외에 '디지털 격차'라는 새로운 빈부격차를 가속화 시키고 있으며, 윤리문제와 관련된 인터넷상의 다양한 역기능도 양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윤리문제와 관련된 인터넷상의 역기능으로는 개인정보의 유출과 그의 상업적 활용, 그리고 익명성을 통한 저질 문화의 확산 및 사이버 범죄의 급증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역기능은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제기되고 있는 중요한 사회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관하여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의 저자인 네크로폰테 미 MIT대학 미디어랩(Media Lab) 소장은 “장벽 없는 사이버 세상에서도 국가간의 이익 등이 상충될 때 교통정리를 해줄 유엔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일부에서는 '법이나 정부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정보윤리학자이며, 이 분야의 개척자인 독일의 콘스탄스대학의 라이너 쿤헨 교수는 “인터넷은 그것이 지닌 기본 발상인 ‘정보에 대한 장벽없는 접근과 평등한 분배, 그리고 상호 공유’즉 인터넷의 장점과 발전, 그리고 순기능은 ‘비집중화된 네트워크(Decentralized Network)’에서 나오며, 국가나 법에 의한 강제적 구속들은 오히려 이러한 역기능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위의 의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위 문제 역시 그에 대한 대안이 특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디지털 격차' 역시 전통사회의 빈부격차보다 더욱 심각한 형태로 현재 나타나고 있다. 즉 부자와 가난한 자, 그리고 인종과 국가 사이의 격차를 더욱 넓히고 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통해 살펴볼 때, 디지털화가 가장 잘 되어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상당히 불평등한 소득분배의 상태라 할 수 있는 0.40를 넘기고 있고, 한국의 경우에도 0.32으로 그 계수가 다소 높아진 상태이다.
이는 21세기 지식기반 정보화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혹은 부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정보가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으며, 정보(자원)가 일부에 의해 집중화 혹은 독점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Centralized and Monopolized Information by minority).
더불어 정보소외자라는 새로운 사회계층이 양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 분배의 불균형은 곧 사회적 부의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이것은 곧 사회 불안요소로 작용될 것이다. 실례로 고용에 있어서도 정보집약적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증대하는데 반해 정보 비집약적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현상이 야기되고 있다.
비록 전체적인 실업률은 낮아지고 임금인상률은 높아진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면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의 간격이 더욱 넓어지고 있으며, 특별한 대안의 부재 속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질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 현상은 현재에 있어서 디지털 혁명의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장기적으로는 수요대비 공급과잉과 수확체증에 의한 가격하락 등, 소득원천의 고갈로 나타나 결국에는 상호 파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 현상은 빈부간, 인종간, 지역간 및 국가 사이의 교육 정도와 정보 인프라의 구축 정도, 그리고 각자에게 알맞은 정보서비스 및 컨텐츠의 제공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정보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누릴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의 사람들이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소외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컴퓨터를 한대 구입하는 것보다는 최저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며,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서비스 및 컨텐츠 역시 자신들의 삶과는 무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도시와 시골의 경우처럼 지역별 정보 인프라의 구축 정도에 따라 정보의 수혜 정도가 결정되어 그들의 격차를 계속적으로 벌여놓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며, 상대적으로 정보에서 소외된 자들은 더욱 소외의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대안들이 필요하다.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정보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재원의 확보는 물론, 소외 계층을 위한 정보서비스 내용 및 컨텐츠의 확충, 그리고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제도의 마련 등이 필요하다. 또한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
▼새로운 대안을 위한 돌파구는?▼
지금에 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계급, 계층간의 격차 심화, 그리고 윤리문제와 관련된 문화적 역기능의 해소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새로운 대안을 위해 현재 존재하고 있는 돌파구, 혹은 해결책은 무엇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인터넷상의 역기능의 해결을 위해서는, 법이나 제도를 통한 집중화 작업을 통해 해결하기 보다는 인터넷의 특성에 기초하여 인터넷이 갖고 있는 '자율성과 개방성 그리고 다양성'에 기초한 자정능력을 강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규범(Internet Paradigm)이라는 새로운 규범의 마련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의견이 추상적이고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으나, 쿤헨 교수가 말하였듯이 “기본적으로 인터넷은 장벽이나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플랫폼이다. 따라서 정부에 의해 통제될 수 없으며, 정부가 가치를 결정할 수도 없다. 또한 정보윤리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지 법률상의 문제는 아니기에 정보윤리의 문제는 자율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가치를 직접 결정한다”는 말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가장 강력한 해결 방법은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터넷의 자율성과 개방성에 기초하여 네티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필터링 소프트웨어(Filtering Software) 같은 기술을 잘 활용하면, 포르노같은 좋지 않은 정보를 거를 수 있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은 각자의 결정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기에 사용자 혹은 주체의 선택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터넷의 자율성과 개방성은 인종이나 계급, 계층에 관계없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정보서비스의 내용 역시 결정하고 제공하여 '모든 이를 위한 모든 것'(Everything for Everyone)으로 인터넷이 거듭 탄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 격차' 역시 새로운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그것은 리눅스로 대별되는 새로운 흐름, 즉 리눅스를 포함하여 센드메일(Sendmail), 아파치(Apache), Free BSD, 그리고 펄(Pearl) 등과 같은 수 많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낳으며,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전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모습을 변화시킨, 이른바 '소프트웨어 혁명'의 주역인 오픈 소스운동을 조명해 봄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픈소스운동'은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태동되어, 그 정신 역시 인터넷이 가진 그것과 일치한다. 따라서 다양한 전문가 집단에게 개방된 광범위한 개발 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기술 진보의 속도가 매우 빠르며, 무료로 공개된 것이기에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나 그 응용소프트웨어를 상용화했을 경우에도 그 판매 가격이 매우 싸다. 또한 시스템 운용과 관련되어 소스(커널, Kernel)가 개방되어 있어 약간의 전문적인 기술만 갖추었더라도 프로그램 운영 중에 발생한 문제를 사용자가 쉽게 개선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운영체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오픈소스운동'의 광범위한 확산과 빠른 기술의 진보는 상대적으로 정보(자원)의 독점에 의한 부의 독점을 견제하고, 컴퓨터관련 시장의 경쟁구도를 다각화하여,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 제품의 저가화 추세를 강제할 전망이다.
이는 곧 디지털혁명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부여하고, 그들이 쉽게 정보화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할 것이다.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출현은, 현재 컴퓨터 관련 시장의 혁명을 주도하며, 계속해서 기존에 시장 질서에 막대한 압박을 가하여, 사용자 중심의 컴퓨터 환경 및 시장 질서를 형성하여 수확체증의 법칙에 의한 가격의 저렴화와 정보의 평등한 분배 및 공유의 속도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또한 이러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은 정부의 정보인프라 구축 사업에도 일익을 담당하여 저렴한 가격에 보다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부여할 수 있는 재원과 정책 결정에도 상당히 긍정적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현재에 있어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들이 확실한 대안으로 분명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자유의 이념아래 보다 인간의 지향에 근접할 수 있는 "개방성과 다양성, 그 안에서 올바른 공유와 발전”을 중심으로 사고하기에 보다 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역작용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분명 많은 부분에서 오늘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변화를 준 것이 사실이며, 발상의 전환을 계속적으로 강제하고 있으며, 그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제공하여 준 혜택 또한 다양하고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회현상이 그러하듯 순기능이 있으면 그 역기능도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기능을 바로잡아 순기능으로 돌리려는 인간의 의지가 있고, 그에 따른 진보가 있는 이상 '디지털 혁명'은 보다 좋은 방향으로, 좀 더 인간의 본래적 모습과 가까운 방향으로 진행될 것은 믿어 의심할 수 없는 진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낙영 torra@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