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발칸전쟁을 끝내고 코소보에 들어간 지 12일로 1년을 맞았다. 이에 앞서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 수천명은 11일 코소보해방군(KLA)이 수도 프리슈티나에 들어온 지 1년 되는 기념식을 열었다.
주민들은 이제는 해체된 KLA 전 부대원들의 시가행진을 지켜보며 전 사령관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으나 세르비아계를 용서하자는 요청에는 야유를 퍼부었다. 종전(終戰) 1년이 지났으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코소보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나토軍 3만7천명 주둔▼
코소보에는 3만7000여명의 국제평화유지군(KFOR)이 주둔하고 있지만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 주민들 사이의 뿌리깊은 적대감 때문에 미트로비차, 프리즈렌, 그라츠코 등지에서는 두 민족 사이에 크고 작은 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알바니아계 주민 7만명이 거주해 ‘동부 코소보’로 불리는 세르비아공화국 내 프레셰보 계곡도 유혈충돌이 잦은 곳.
세르비아측의 대응도 만만찮다. 유고연방 세르비아공화국 법원은 5월 지난해 발칸전쟁중 테러활동을 한 혐의로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 143명에게 최고 징역 13년까지의 중형을 내려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코소보 재건 계획도 순조롭지만은 않다. 올해 국제사회의 지원 규모는 10억달러. 그러나최소 80여만명인 알바니아계 귀향 난민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는 분석. 그나마 재건되고 있는 대부분이 알바니아계 주민 마을이어서 두 민족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전쟁 상처가 아물지 않아 치안도 불안정하다.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 조직폭력배들은 동유럽 인신매매의 중심지로 코소보를 활용하고 있다.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정서적 충격도 커 지나친 가학성향을 보이는 어린이들이 많다고 현지 초등교육 관계자들이 밝히고 있다.
▼재건계획 놓고 두 민족 갈등▼
이런 가운데 KFOR는 주민들과 충돌을 빚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3월 미트로비차에서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간에 충돌이 있었을 때도 KFOR는 제대로 진압을 하지 못해 비난받았다. 미 하원은 5월 NATO 동맹국들이 코소보 재건을 위한 재정지원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내년 4월 이후 미군을 철수하자는 제안을 가결시켰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이같은 혼돈 속에서도 이제 코소보에는 ‘인종청소’라는 반인류적인 범행을 저질렀던 세르비아군도 노골적인 인종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알바니아계는 힘들게 얻은 민족자결권을 바탕으로 ‘평화의 싹’을 틔울 것이라고 AP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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