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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전수천교수 개인전 유치 佛 기소르망

입력 | 2000-06-12 19:37:00


“전수천의 작품은 움직이는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어둠속에서 관객들은 달리고 있는 낯선 남자의 실루엣을 투사하고 있는 흰 스크린 위를 걸으면서 시간의 실재성, 과거와 현재의 동시성을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파리 교외 불로뉴 비양쿠르시의 부시장이기도 한 기소르망이 9일 전수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불로뉴 비양쿠르의 시립문화센터 에스파스 랑도프스키를 찾았다.

전교수와 함께 1층과 지하의 전시장을 둘러보며 기소르망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전수천의 작품에는 고대성(아르카이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 미학적으로 절묘하게 접합돼 있다. 다른 한국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종종 이같은 조화를 본다. 전수천의 작품은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행이 돼버린 세계화의 희생자가 아니다. 오히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독특한 정체성과 독창성을 완벽하게 간직하고 있다.”

기소르망은 얼마 전 둘러본 뉴욕의 휘트니 작품전은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충격적이었지만 아름답지는 않았다면서 “한국 작가들은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작가들이 해내지 못하는 전통과 현대, 자연과 기계문명을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기소르망은 6일부터 7월23일까지 에스파스 랑도프스키의 비데아스트 갤러리에서 계속되는 전수천교수의 전시회 ‘토우, 시간속의 리얼리티’를 기획한 당사자. 기소르망은 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석했다가 특별상을 수상한 전교수의 작품을 접했다. 흙으로 빚은 1300여개의 토우들이 부서진 TV모니터와 코카콜라깡통 등을 덮은 유리 위에 도열해 있는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 그 한국인의 정신’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기소르망은 불로뉴 비양쿠르시 주민들에게 그의 작품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마침 지난해 말 시립문화센터가 개관되자 직접 전교수의 아틀리에를 찾아 그를 초대했다.

기소르망은 “불로뉴 비양쿠르시는 건축가 르코르비지에, 조각가 랑도프스키를 배출한 예술의 도시이지만 전수천의 작품이 워낙 현대적이어서 보수적인 지방의회를 설득하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