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논쟁은 사절. …종교 영화가 아니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길. 이 영화가 불쾌하실 분에게는 죄송.’
영화 시작 전, 호들갑스러운 자막으로 “그냥 웃자고 만든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도그마(Dogma)’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공개됐을 때 가톨릭 신자들의 항의시위가 잇따랐던 논쟁적인 영화다. 각본, 연출을 맡고 예언자 역할을 맡아 영화에도 나오는 케빈 스미스 감독은 성경에서 인용해온 종교적 교리들을 기가 찰만큼 황당한 유머로 뒤틀어 놓았다.
쫓겨난 천사들인 버틀비(벤 애플랙)와 로키(맷 데이먼)는 뉴저지주의 한 성당 아치를 통과하면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뉴저지 행을 시도한다. 현직 천사(앨런 릭만)는 예수의 후손인 산부인과 의사 베다니(린다 피오렌티노)를 찾아가 버틀비와 로키의 천당 행을 막으라는 성스러운 임무를 부여한다.
이 영화는 예수의 후손을 낙태 전문의로 설정한다든가, 예수가 흑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나오는 하느님(앨라니스 모리셋)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등 숱한 종교적 논쟁거리들을 담고 있다. 더군다나 케빈 스미스 감독은 이 심각한 주제를 황당한 캐릭터와 만화적인 상상력,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를 통해 아무렇지도 않은 농담처럼 관객에게 던진다. 종교를 교회나 성당으로 대표되는 제도적 집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농담이 기분 나쁘겠지만, ‘도그마’는 종국에 가서는 제도권 종교와 분리된 신앙의 힘을 옹호하는 ‘친 종교’적인 영화다. 신세대의 감수성을 반영한 유머가 곳곳에 포진해 있고 케빈 스미스 영화 단골 출연자인 제이슨 리, 제이슨 뮤즈의 연기도 재미있다. 그러나 현대 미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풍부하게 되살려놓은 감독의 전작 ‘체이싱 아미’만 못하다. 18세이상 관람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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