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패션은 돌아온다. 그러나 언제나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다”고.
1980년대의 패션이 돌아오고 있다. TV시리즈 ‘다이내스티’를 연상케하는 호화로운 의상, 찬란한 보석들, 뾰족한 하이힐과 유명 디자이너 라벨로 대표되던 80년대가. 최근 미국의 패션업계엔 80년대보다 한층 멋스럽게 발전한 ‘80년대 풍’이 불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보도했다.
80년대 스타일의 대표격이라면 한때 백악관의 안주인이었던 낸시 레이건을 들 수 있다. 뉴스에서 종종 조롱거리가 되긴 했지만 백악관이 주도한 패션은 복고적이고 우아한 분위기가 대종을 이뤘다.
80년대 화려하고 우아한 패션이 발전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등장한 것이 성공한 여성들의 패션이라는 개념의 ‘석세스 룩’. 회색 군청색 황갈색의 수트와 단추가 높게 달린 흰색 또는 푸른색의 셔츠, 남성적인 검은 넥타이를 맨 스타일이 미국 전역에 유니폼처럼 번졌다. 90년대에 들어서는 회색 검정 갈색 일색의 중성적인 미니멀리즘이 여성복의 스타일을 주도했다.
2000년대에 들어 딱딱한 ‘석세스 룩’ 또는‘오피스 룩’은 자취를 감췄다. 직물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줄무늬와 몸에 착 달라붙는 스타일로 변화했다. 스타일은 80년대, 그러나 훨씬 편안하고 가벼우며 신축성있는 직물로 제작된 옷이 자리를 대신했다.
모피와 깃털, 하이힐과 분홍색 립스틱, 높게 부풀려진 머리스타일이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80년대식의 방만함이라는 거품이 빠지고 ‘절제’를 갖췄다는 것이 2000년대의 특징이다.
80년대 만큼 화려해진 머리스타일은 바람이 불면 날릴 것 같은 부드러움을 갖췄다.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머리띠도 좁고 깔끔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밝은 피부색을 선호하지만 가면을 쓴 것처럼 두껍고 부자연스러운 화장은 사라졌다. 80년대로 돌아간 ‘패션 타임머신’, 그러나 그것은 절제될수록 아름답다.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