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13일 TV 3사가 20여시간 방송한 정상회담 관련 ‘특별보도’의 평균시청률(KBS1+MBC+SBS) 종합이 24.9%로 집계됐다. 시청점유율도 59%에 그쳐 TV를 켜놓은 10집 가운데 4집은 다른 채널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AC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13일 오전 시간대는 5월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보다 3.6% 포인트 높았던 반면 오후 5시∼새벽 1시는 오히려 1.3% 포인트 낮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청와대를 출발한 오전 8시15분경이 37.1%, 평양에 도착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영접을 받은 오전 10시30분∼10시59분 시간대는 24.8%로 비교적 높았다.
밤 9시뉴스 시간 시청률이 56.2%(74%)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이도 MBC 시대극 ‘허준’(6일 57.9%) 보다 적어 TV 3사 ‘특보’ 시청률 합계가 드라마 하나에도 미치지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AC 닐슨 측은 “가정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낮에 사무실 등에서 TV를 본 시청자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실제로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황금시간대 시청률이 특정 드라마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젊은 층의 시청률이 극히 낮았으며 오히려 평소보다 남북정상회담이 젊은층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20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대학생의 경우 시험기간이라 TV를 볼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생 이모씨(22)는 “국내 TV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CNN이 톱뉴스로 보도하는 것을 보고 남북정상회담의 가치를 알게 됐다”면서 “‘평양소식’을 궁금해 하는 친구들도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백모씨(32)는 “TV를 볼 시간이 충분했지만 굳이 일을 제쳐놓고 볼만큼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밤 11시 경 뉴스를 통해 잠깐 보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나 학자들은 동일한 ‘화면의 반복’을 시청률 저조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이 전혀 다른 것 같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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