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방문 중인 이희호(李姬鎬)여사는 14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1940년 이화여고 재학 당시의 수학선생님이었던 김지한씨(85·여)와 60년 만에 감격의 상봉을 했다.
이여사가 인민문화궁전 내 별도로 마련된 방에 들어서자 하얀 치마저고리를 차려입은 백발의 김씨는 눈시울을 적시면서 “정말 반갑습네다”를 연발했고, 이여사도 “선생님, 반갑습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두 사람은 감격에 겨운 듯 서로 끌어안은 채 한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 이여사가 상기된 얼굴로 “선생님, 예전의 모습이 생각납니다”라고 하자, 김씨는 “알 만합네까”라고 진한 북한어투로 말했다.이여사는 최근 이화여고 동기생들이 졸업 60주년을 기념해 모였었다면서 “당시 선생님 가운데 현재 서울에 살아 계시는 분은 한 분도 없고, 음악을 가르치던 이순희 선생님만이 미국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이에 대해 김씨는 “그 당시 수학을 가르치던 내가 ‘호랑이 선생’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이여사는 “착하신 선생님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10여분간 얘기하고 있을 때 김씨의 딸(최운영씨)이 봉투 속에서 60년 전 당시 김씨가 이화여고 재직 시절 학생들과 함께 찍은 빛 바랜 흑백사진 두 장을 꺼냈다. 손을 맞잡고 사진을 보던 두 사람은 일제강점기의 어려웠던 세월을 떠올리면서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김씨는 도쿄여자고등사범학교 이과를 졸업하고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이화여고에서 수학교사를 하다가 광복 직전 평양으로 옮겨 현재까지 살고 있다. 두 사람은 불과 30분간의 ‘짧은 만남’이 아쉬웠던지 자리를 뜨면서도 한동안 맞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