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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인디언의 복음/백인의 스승 인디언 문명

입력 | 2000-06-16 18:50:00


▼'인디언의 복음' E T 시튼 편찬/두레 펴냄▼

백인의 눈에 인디언은 미개와 야만의 상징이었다. 존 웨인의 권총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려져도 그만인….

‘동물기’로 유명한 시튼(1860∼1946)은 일찍이 이런 고정관념과 싸웠던 인물이다. 때는 한 세기 전, 아파치족 등 북미 인디언이 ‘박멸’되기 직전이었다. 이 책은 그가 인디언에 대한 백인의 오해와 편견, 무지와의 싸움의 기록이다.

시튼은 인디언의 전설 민담 노래 등 방대한 자료를 동원했다. 주로 모든 것을 신성하게 받아들였던 인디언의 높은 영적 수준에 주목한다. 그가 소개하는 종교와 분리되지 않았던 이들의 신정(神政) 생활은 퍽 인상적이다. 특히 각종 제의, 기도문, 장례식 등이 고대 유대인과 흡사하다는 점이 놀랍다. 게다가 이들의 계율은 기독교의 10계명과 놀랄 만큼 닮았다. ‘태초의 만물은 신의 마음에 있었다, 모든 피조물은 다 영(靈)이었다…’로 시작하는 인디언 창세기도 성경구약을 떠올린다.

한발 나아가 이들 문명이 서양보다 한 차원 원숙했음을 설파한다. 사슴 한 마리를 사냥할 때도 애도의 노래를 부를 정도로 자연을 사랑했다. 부(富)를 죄악시해 재산이 늘면 축제를 벌여 골고루 나눴다. 종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가장 큰 의무로 여길 만큼 타인을 아꼈다. 영화와 달리 고문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며 범죄자에게 가장 큰 형벌은 수치심이었다.

시튼은 ‘이들의 종교는 신학보다 더 건전했고, 이들의 정치는 정치학보다 더 성숙했다’고 탄복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인간 공동체의 원형을 그들에게서 발견한 것이다. 이는 서양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이다. ‘백인의 문명은 실패했다. 돈의 광기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서구 물질문명의 해독제’로 봤던 인디언의 자연문명은 곧 자취를 감췄다. 영화 ‘늑대와 춤을’의 감동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269쪽, 8500원.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