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청으로 방한한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컴퓨터과학과의 윌리엄 밀러교수(74)는 “벤처는 새 분야에 도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그렇듯이 실패 확률이 아주 높지만 한두번의 실패를 통해 성공하는 벤처도 많다”고 말했다.
밀러 교수는 스탠퍼드대에 개설된 ‘한국 스탠퍼드 IT벤처비즈니스 과정’의 주임교수를 맡아 국내 벤처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고 있다. 이런 공로로 한국정부로부터 올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스탠퍼드대에 개설된 과정을 소개해 달라.
“2년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스탠퍼드를 방문했을 때 미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앰벡스벤처그룹의 이종문(李鍾文)회장이 벤처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키로 하면서 개설됐다. 2주일 과정으로 연중 여러 차례 개설되며 미국의 정보기술(IT)산업 동향과 전망에 대한 강의가 주류다. 수강생은 대부분 30, 40대이며 대기업 직원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IT산업은 어디쯤 가고 있나.
“IT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있는 편이지만 그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미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신경제의 파급속도가 워낙 빨라 한국 일본 유럽 등이 강자로 급부상해 머지 않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신경제와 구경제의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논쟁이 미국에서 일고 있는데….
“별 의미가 없는 논쟁이다. 신경제의 발전은 돌이킬 수준에 이르렀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터넷 관련 주식이 과대평가 돼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벤처기업 또는 벤처투자회사의 수익은 아주 높다. 구경제도 신경제 영역으로 급속히 편입되고 있지 않은가.”
―벤처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벤처기업의 잇따른 성공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기회를 누가 잘 포착하고 활용하느냐가 좌우한다고 본다. 벤처를 둘러싼 사업환경(habitat)도 좋아야 한다. 정부의 법적 지원, 고급 IT인력, 회계 및 법무법인 등도 뒷받침 돼야 한다.”
―한국의 벤처 사업환경은 어떤 수준인가.
“아직 충분하게 갖춰져 있지는 않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에 서울벤처밸리를 찾아가 봤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서울벤처밸리는 한국의 IT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