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18일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 주재로 10개 부처 장관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7월1일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3개월뒤 문제점이 나오면 의약품분류 임의조제 처방-조제료 재조정 등 보완조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집단폐업이나 파업에 들어간 병의원과 의사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할 경우 사법처리 면허취소 전공의입영 의료보험료부정청구실사 등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키로 했다.
▼관련기사▼- [정부 '집단폐업' 대책]국공립병원-보건소 비상근무
- [진료대란]위장-당뇨병약등 전문의약품 판매 급증
- "병원 藥도 30%는 약효 확인안돼"…시민본부 2625품목 조사
- [진료대란]“수술연기”에 응급환자 발동동
- [진료대란]“의사 편들수도… 약사 편들수도…” 정치권 한숨
- 의약 분업-저소득층 지원등 추경예산 내달 편성키로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발표는 진료권과 국민건강권을 위한 선보완 요구에 배치된다”며 “20일 이전에는 정부와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20일부터 예정대로 폐업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일부터 전국 의원 1만8000여곳중 대부분이 문을 닫고 277개 종합병원도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폐업에 동참해 외래진료를 거부할 예정이어서 사상 유례없는 의료대란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전국의 병원에서는 20일부터의 폐업 파업에 대비해 벌써부터 수술연기 입원거부 등 조치가 잇따르고 있어 환자측과 충돌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 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단은 18일 오후 서울대 의대에 모여 정부가 법적 제재를 가하거나 성의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23일부터 응급실 분만실 중환자실도 진료를 거부하기로 했다.
전국 41개 의과대 가운데 신설된 5개대를 제외한 36개 대학 교수협의회 회장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20일부터 3일 동안 응급환자 중환자 입원환자를 돌보다가 정부의 성의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거나 의협 회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질 경우 교수직을 사퇴하고 모든 진료를 거부할 것을 결의했다.
정부는 이날 대책회의에서 6개월 시한의 ‘의약분업 평가단’을 운영할 계획이며 국무총리실 산하에 ‘보건의료발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의료계에 대한 재정 금융 세제지원 △전공의 처우개선 △의료분쟁 대책 △중소병원 전문화 등의 정책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주사제의 경우 국민불편을 줄이기 위해 항암제와 냉장 냉동 차광필요 주사제로 제한했던 예외대상을 ‘의사의 치료에 꼭 필요한 주사제’로 확대해 사실상 대부분의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협은 17일 시군구별로 회원총회를 열고 투표를 실시한 결과 80∼90%가 폐업투쟁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대한약사회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집행부가 총사퇴하기로 하는 한편 정부를 상대로 의약분업 준비에 소요된 비용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들어가기로 해 의약분업사태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편 경실련 참여연대 YMCA 등으로 구성된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와 3만5000여명의 병원 간호사가 가입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의약분업은 반드시 시행돼야 하며 의료계는 폐업투쟁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시민운동본부와 보건의료노조는 19일부터 의료계 폐업반대와 의약분업 시행을 촉구하는 각계 인사 선언, 의약분업 홍보캠페인, 의료단체 항의 등의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songmsoon@donga.com
▼겸찰 강경대응키로▼
검찰은 의료계가 예정대로 20일 집단휴진에 들어가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의사협회 지도부를 고발해 올 경우 관련자들을 입건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휴진에 들어간 의사들이 그 지역 도지사나 시장 군수의 업무개시명령을 무시하고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역시 입건해 수사할 방침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26조에는 사업자 단체가 구성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의료법은 환자진료에 막대한 지장이 있음을 이유로 한 자치단체장의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는 의사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