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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Technology]차속은 '엔터테인먼트 공간'

입력 | 2000-06-18 18:51:00


마이크 모러의 가족은 디트로이트 근교에 있는 집에서 북쪽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자신들의 휴가용 콘도미니엄을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집에서 그 콘도미니엄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두 아이가 4시간의 자동차 여행을 견디지 못해 차안에서 끊임없이 싸워대기 때문에 모러 부부는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느라 녹초가 되곤 한다.

그런데 올해 초에 모러 부부가 최신형 옵션이 장착된 포드 윈드스타 미니밴을 구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자동차의 콘솔에 컬러 TV를 달고, 두 개의 앞좌석 사이에 뒤쪽을 향하도록 VCR와 닌텐도 게임기를 다는 것이 바로 최신형 옵션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모러 부부의 두 아이가 이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것에 흠뻑 빠져버린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 모러 가족은 휴가여행을 조용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모러는 “이 자동차는 우리에게 최고의 것”이라며 “아이들이 놀이에 열중하는 동안 우리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훨씬 더 조용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모러의 미니밴처럼 오락시설을 갖춘 자동차들은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마케팅 회사인 J D 파워 & 어소시에이츠의 프랭크 포킨은 각종 조사결과 VCR와 결합시킨 TV가 자동차의 옵션에 포함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이 TV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시보레는 TV가 설치되고 워너브러더스사의 로고와 만화 주인공인 벅스 버니의 모습으로 장식된 승합차가 2000년 모델의 벤처 승합차 판매량 중 1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처의 브랜드 매니저 피트 랭젠호스트는 이 차량의 판매율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에 장착되는 오락시설의 가격은 대개 1800달러를 넘는다. 물론 소비자가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값싼 TV-VCR세트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은 자동차 안의 여러 위치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오락시설을 장착하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보다 더 비싼 시스템을 자동차에 설치하면 자동차 내부가 마치 점보 여객기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처럼 변모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오락게임을 즐기는 동안 엄마와 아빠는 각각 CD를 듣거나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이 때 여러 가지 소리가 얽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운전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어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게다가 아이들을 야단쳐야 할 일이 생겼을 때에는 부모가 모든 오락시설을 꺼버릴 수 있도록 조절판이 앞좌석에 붙어있는 시스템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오락시설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뒷좌석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동안 운전자가 과연 운전에 집중할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또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TV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위험한 존재가 되지는 않을지 등의 우려를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TV 앞에서 보내는 아이들에게 TV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이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자동차 안에 오락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1920년대에 자동차 소유자들이 직접 진공관 라디오를 설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새로운 오락시설이 자동차에 추가될 때마다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금도 전문가들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유리로 된 TV가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며 가능하면 LCD 스크린을 이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에 설치되는 오락시설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동차용 DVD 플레이어가 곧 나올 것이며 인터넷, 항법장치, 오락물을 모두 스크린에 결합시킨 장치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00/06/circuits/articles/15car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