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한국 정부를 통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 관계의 현안 등에 관한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미국측에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황원탁(黃源卓)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16일 워싱턴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클린턴 대통령에게 김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황수석은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15일 오찬 도중 김위원장에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로 미국을 곧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인데 혹시 전할 말씀이 있느냐’고 묻자 김위원장이 ‘보고 들은 대로 전해주시오’라고 대답했다”며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황수석은 김위원장의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클린턴 대통령이 김위원장의 메시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김위원장의 메시지에는 주한미군문제와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 고위급 회담 등 주요 현안에 관한 입장 및 북-미 관계개선을 희망한다는 의사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수석은 이에 앞서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미국의 협력과 지지를 부탁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정상회담 성공을 축하하고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이 무엇을, 어떻게 도울지를 연구해 계속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황수석은 전했다.
황수석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등에게도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한편 황원탁(黃源卓)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19일 일본을 방문, 20일 오전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를 예방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일본 외무성이 18일 발표했다. 황수석은 19일 오후에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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