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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대란]“의사 편들수도… 약사 편들수도…” 정치권 한숨

입력 | 2000-06-18 19:35:00


“설득은 해보겠지만….”

민주당의 한 정책위 관계자는 18일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들의 집단폐업 움직임에 이렇게 말하며 한숨만 쉬었다. 의사들을 설득해보긴 하겠지만 7월1일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만큼 정부의 대책을 지켜보는 것 외에 뾰쪽한 수가 없다는 얘기였다.

민주당은 의사들이 집단폐업할 경우 여론이 ‘인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라는 쪽으로 쏠려 의료계의 입장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당은 그동안 뭘 했느냐”는 비난의 화살도 날아올 수밖에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 여권 일각에서는 의약분업안 강행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다. 한 핵심인사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모처럼 조성된 국민적 화합 분위기가 의약분업으로 훼손되게 됐다”며 “의약분업으로 표가 나오느냐, 정권 지지율이 높아지느냐”며 정부를 원망하기도 했다.

고민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여야 합의를 거쳐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의약분업이 7월1일부터 예정대로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당의 입장이지만 내심으로는 “정부 여당과 함께 도매금으로 매를 맞을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들이 많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도 논평에서 “극단적인 상황은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의료계는 국민건강을 볼모로 삼는 행위를 자제해야 하며, 정부는 대화에 적극 나서라”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표명.

그러나 한나라당은 동시에 “정부 여당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바람에 의료대란을 맞게 됐다”며 화살을 그쪽으로 돌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관련법 국회통과를 요청하면서 “의약분업에 따른 추가부담이 없다”고 공언했는데 최근 의보수가 인상 등 향후 1조5000억원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있을 수 없는 일로 문책인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선거법과 지역구 획정에만 신경쓰다보니 의약분업에 여야가 다같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