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조찬을 겸한 영수회담을 갖고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8·15에 약 100명의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예정이며 그 이후에도 상봉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또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도 연방제를 그대로 하려면 중앙정부가 군사와 외교권을 장악하는 데 40∼50년 걸리기 때문에 고려연방제는 어렵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총재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마치 북의 전쟁위협이 없어진 것처럼 들뜬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고 우려한 뒤 “북측 언론인들을 초청해 남쪽의 상황을 제대로 전하고 싶다”며 김대통령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총재는 또 선거사범 수사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야당 피의자들에 대해선 모든 것을 들추어내려고 여러 사람을 조사하는 등 매우 편파적이다”고 항의했다.
다음은 주요 대화내용.
▽이총재〓‘자주적 해결’이라는 말은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김대통령〓주한미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이에 관한 충분한 설득과 토의가 있었다.
▽이총재〓김대통령이 제안한 연합제는 무슨 의미인가.
▽김대통령〓노태우대통령 당시의 남북연합과 똑같은 것이다. 북의 ‘낮은 수준의 연방제’는 (남북의) 현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총재〓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포함시키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김대통령〓국군포로 문제는 정확한 실상이 확인되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다.
▽이총재〓경협의 상호주의 원칙이 선명하지 않다.
▽김대통령〓경제는 서로 이익을 얻는 것이다. 우리가 기술이 되고 북한이 노동이 되면 그게 상호주의 아닌가. 이쪽에서 경협투자를 하고 북한에서 투자보장에 이어 상환이 이뤄지면 그게 경협 아닌가.
▽이총재〓그것은 경제문제에 국한된 상호주의이지 남북관계의 상호주의가 아니다. 대통령보다 김위원장이 평화의 사도처럼 부각됐다.
▽김대통령〓들뜬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신중하고 차근차근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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