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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곽수일/가로쓰기의 특징 부각돼야

입력 | 2000-06-18 19:36:00


우리나라 신문들의 편집체제를 보면 A1면 제목부터 크게 뽑아 멀리서도 제목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목의 활자 크기를 보면 외국의 주간지들이 표지에나 사용하는 큰 글씨를 우리 신문들은 A1면에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아마 예전에 신문이 가두판매를 중심으로 이뤄졌을 때의 관습이 그대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주 신문들은 이런 특징을 살려 남북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A1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컬러사진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4일자 A1면에 남북정상이 만나는 장면사진을 지면의 절반 이상 크기로 실었다. 15일자 A1면은 작별 장면 사진으로 중앙의 전체를 메웠다. 이들 A1면 사진과 제목의 크기는 주간지 표지보다 훨씬 크게 편집됐다. 이 같은 편집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남북정상회담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역사적 사건을 신문이 보도하고 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권위지들은 아무리 큰 사건이더라도 A1면 우측에 3×5인치 크기의 사진과 이에 맞는 제목을 붙여서 보도하고 있다. 이는 신문이 TV나 라디오와는 달리 독자가 읽음으로써 사건을 인식하고 스스로 해설하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편집이라 하겠다.

동아일보도 신문 편집체제와 관련해 몇 가지 특징을 추구해야겠다. 특히 신문 체제가 한글 전용의 가로쓰기로 바뀌면서 동아일보가 과거에 가졌던 독특한 체제를 잃은 느낌이다.

한 예로 세로쓰기 시절에는 A1면의 우측 상단에서 좌측 하단으로 대각선으로 내려오면서 기사의 중요도를 즉각 인지할 수 있었다. 또 A1면에는 횡설수설이 자리잡고 있어 A1면을 넘기기 전에 반드시 읽어보고 싶은 난이 되었다.

그러나 가로쓰기 체제로 바뀐 뒤에는 A1면의 특징이 부각되지 못하는 흠이 있다. 한 예로 미국의 LA타임스는 A1면 좌측 첫 번째 줄에 ‘칼럼 원’이라는 제목을 붙여 그 날의 기획기사를 싣고 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A1면 우측 하단에 박스기사로 그 날의 흥미 있는 세상사를 싣고 있다. 독자가 신문을 읽을 때 A1면 어디에 어떤 특집기사가 실리는지 알 수 있도록 분명히 하고 있다.

신문 편집이 세로쓰기인 경우 행(行)의 크기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고 가로쓰기의 경우 열(列)의 크기가 일정해야 한다.

지난주 동아일보 각 면의 열수를 보면 A1면은 7개 열, 어떤 면은 6개 열 또는 5개 열도 있다. 같은 면에서도 열의 크기가 달라 어딘가 줄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끝으로 동아일보 A2면에 항상 일기예보가 크게 들어가는데 과연 일기예보의 중요성이 그렇게 큰지 의문이다.

끝으로 파이낸셜타임스지는 A1면 상단에 ‘오늘의 지면’이라는 안내를 그림과 함께 매일 실어 독자의 흥미를 신문 전체로 옮아가게 한다. 동아일보의 편집체제가 읽어서 재미있는 신문으로 더욱 발전되기를 바란다.

곽수일(서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