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통상담당 관리들과 대학 교수, 협동농장 간부 등이 98년부터 상법과 증권거래법 외자도입법 등 자본주의 법제(法制)를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북한이 이미 오래전부터 대외개방과 교류에 대비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8일 미국 뉴욕대(NYU) 법과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인 서울대 법대 송상현(宋相現)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98년부터 중국 베이징(北京)대에 자본주의 법제 강좌를 마련해놓고 뉴욕대 로스쿨의 코헨교수를 초빙, 관료들과 대학 교수 등에게 학습을 시켜왔다는 것이다.
송교수는 “코헨교수는 98년 12월과 지난해 12월 두차례에 걸쳐 한달간씩 중국에 가서 북한 관리 등을 상대로 자본주의 통상법과 외자도입 관련 법률 등을 강의했다”고 밝히고 “올해에도 강의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코헨교수의 강의를 듣는 북한측 수강생은 대외통상 업무부서에 근무하는 관리들과 김일성대학 교수 및 학생, 협동농장 간부, 남한의 산업자원부와 특허청 무역투자진흥공사에 해당하는 관청의 실무직원 등 30여명이라고 송교수는 전했다.
송교수는 “이 강좌는 98년 북한의 유엔대표부 이근 차석대사가 코헨교수에게 요청해 이뤄졌으며 코헨교수는 자신의 제자인 뉴욕대 로스쿨 출신의 유모씨와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이모박사 등과 함께 강의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측은 특히 코헨교수에게 남한의 회사법과 증권거래법 등에 대해서도 강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송교수는 전했다. 코헨교수는 곧 송교수를 이차석대사에게 소개시켜주면서 송교수의 강의를 주선했으나 이차석대사는 당시 “남북한간에 본격적인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남한 국립대학 교수로부터 강의를 듣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송교수는 코헨교수를 통해 현 단계의 북한에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60, 70년대 외자도입법 등 남한의 초기 대외무역 및 통상관련 법률자료를 북한측 수강생들에게 전달해줬다는 것이다.
송교수는 “이같은 사실을 지난달 1일 법의 날 기념식 행사 후 청와대측에 알려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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