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감격과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17일 오전 서울 태릉 육군사관학교 도서관 앞.
육사 입교 25일만에 6·25전쟁을 맞았던 ‘생도 2기생’(회장 장정렬·張正烈·예비역 중장) 100여명과 군관계자 400여명은 이날 전장에서 숨진 86명의 동기생을 추모하는 6m 높이의 기념 동상 제막식을 가졌다.
50년 6월1일 육사 4년제로 처음 입교한 생도2기생 333명은 ‘졸업 후 소위 임관과 함께 이학사 학위를 수여받는다’는 동아일보 광고란의 모집 요강을 보고 지원한 당시의 최고 엘리트들. 그러나 이들은 6월25일 전쟁이 터지자 군번도 없이 경기 포천∼수원 방어선, 한강 방어전투 등에 투입됐고 같은 해 8월 육사가 휴교하는 바람에 돌아갈 곳조차 잃었다.
이들은 부산의 전시종합학교에서 단기 교육을 받고 보충 장교로 임관, 53년 휴전 때까지 싸웠다. 전쟁은 동기생 4명 중 1명(26%)꼴인 8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후 40여년이 지난 96년 육사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을 때까지 이들은 육사의 교사(校史)에서도 동문 취급을 받지 못한 ‘잊혀진 존재’였다.
생도2기생 모임의 총무인 김정수(金定洙·70)씨는 “그 때 전사했으나 아직도 유해를 못 찾은 동기생들도 있다”며 “생도2기생의 비극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살아남은 우리들이 ‘참전 생도상’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생도 2기생들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도 “그렇지만 6·25전쟁 등 역사적 사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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