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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헌의 뇌와 우리아이]영양분 고루 섭취해야…

입력 | 2000-06-20 19:00:00


임신을 하면 가족들이 고가의 보약을 권하거나 사가지고 온다. 평소 먹어 보지 못한 여러 가지 과일과 음식도 많이 접하게 된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을 취하는 것이 건강하고 머리 좋은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영양분을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저체중아를 낳게 될 우려가 있다. 정상적으로 태어났다 해도 성장이 늦거나 질병에 쉽게 감염되는 허약 체질의 아이가 될 수도 있다.

또 신경세포는 포도당으로부터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지방분은 신경세포막을 만들고 신호전달에 중요하기 때문에 역시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다양한 비타민제와 미네랄 역시 뇌세포가 신경 전달 물질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므로 부족해서는 안된다.

최근 중국과 영국 연구팀이 1948∼54년 장기적인 굶주림에 허덕이던 중국 베이징 유니온의대 병원의 산과 기록을 통해 여기서 태어난 672명을 추적조사했다. 그 결과 당시 영양 결핍에 있던 임신부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성장후 인슐린에 저항을 나타내는 당뇨병에 잘 걸린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태아시기의 영양결핍증은 자칫 몸의 신진대사체계를 영원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마의 음식습관이 아기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는 재미있는 쥐 실험결과도 있다. 단백질만을 섭취한 어미에서 태어난 새끼쥐는 단백질만을 좋아하고, 탄수화물만 먹은 어미에서 태어난 새끼는 탄수화물만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기를 가진 예비엄마는 값비싼 보약, 이름난 명약보다 영양분이 고루 포함된 보통의 음식을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 건강하고 머리 좋은 아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명심해야겠다.-끝-

서유헌(서울대의대 교수·한국뇌학회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