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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라운지]삼성에버랜드 허태학사장

입력 | 2000-06-20 19:00:00


“고객이 왕이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고객은 이제 우리의 동료이며 파트너입니다”.

‘서비스 경영의 전도사’로 소문난 삼성에버랜드 허태학(許泰鶴)사장(56·사진). 그는 외부 강연회에 가거나 직원들을 만나면 “디지털시대를 맞아 서비스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이 왕이 아니고 동료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고객이 왕이라면 결국 고객과 직원은 ‘왕과 신하’라는 수직적 관계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경직되고 굴종적인 서비스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허사장의 소신.

“진정한 서비스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고 이때만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서비스가 나오게 됩니다” 고객을 동료나 사업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것이 수평적인 네트워크시대를 갖는 디지털시대에도 부합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달변의 허사장은 ‘한국의 서비스 문화 부재론’까지 거침없이 나아간다.

한국은 왕조문화 유교문화 군사문화의 탓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마치 자신이 아랫사람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때문에 서비스 문화가 꽃피우지 못했다. 허사장은 ‘서비스는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만 바치는 것’이라는 인식아래서는 살아 움직이는 서비스,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인사는 무조건 아랫사람이 먼저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아파트에서 이웃끼리 만나도 친한 사이가 아니면 인사를 하지 않죠. 눈만 마주치면 누구나 먼저 인사하는 서구와 서비스에 대한 마인드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허사장은 최고경영자(CEO)의 서비스론까지 언급, “톱경영자는 외부고객보다 내부고객(직원이나 협력업체)을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직원들의 견문을 넓히기위해 대리급 직원 1400명 전원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주었다. 또 부하직원들의 시간을 빼앗지 말고 일과 관련되지 않는 사안으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허사장은 모든 결제를 컴퓨터로 처리한다. 오전 10시∼11시, 3∼4시가 그의 컴퓨터 결제시간. 얼굴을 맞대야 결제를 할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을 단숨에 ‘헛소리’라고 치부했다. 대화는 평소에 회의나 업무중 충분히 하는데 결제를 할 때도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는 것.

그는 또 회사내 정보독점을 깨기위해 ‘지식정보 공유 시스템’을 만들어 회사 직원이면 누구라도 PC를 통해 회사내 업무현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허사장은 디지털 시대의 레저산업에 대해 “사이버 세상일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참여해서 다이내믹한 경험을 체험하기를 원한다”며 “에버랜드를 들어서면 어른 아이할 것 없이 현실을 잊을 수 있도록 동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체험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