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단은 모든 유도인의 귀감이 되고 가장 겸손한 사람이 받아야 하는데 과연 내가 자격이 있는지 큰 부담을 느낍니다”.
체육인으로 또 정치인으로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도환 체육인동우회장(78)이 무도인들에게 ‘신의 경지’로 불리는 10단에 오른다. 대한유도회는 최근 승단심사위원회를 열어 신도환씨를 최고단인 10단으로 승단시키기로 하고 29일 승단 수여식을 갖기로 했다.
국내에서 유도 10단에 오른 사람은 석진경씨(90년 작고)와 이경석씨(96년 작고)에 이어 신씨가 세 번째. 하지만 석씨와 이씨는 임종직전 생전의 공로를 기린 명예단의 성격이 강했던 반면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생존자가 10단에 오른 것은 신씨가 처음이다. 유도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에서도 생전에 10단에 오른 이는 미후네, 고다니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현 국제유도연맹(IJF) 가맹 185개국 중 10단 생존자로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신씨가 유일하다.
신씨가 유도를 처음 시작한 것은 대구 달성초등학교 5학년 때. 그 뒤 계성중학교 1학년 때인 열네살에 초단에 올랐고 90년 9단에 오른 뒤 유도입문 66년 만에 10단에 오른 셈이다. 실제로 유도회가 규정한 10단 자격 조건도 9단 승단 뒤 10년이 지나야 하고 연령도 64세 이상이어야 할 정도로 만만찮다.
신씨는 10단 수여 소식을 전해들은 뒤 “10단은 유도의 본질인 부드러움을 가장 잘 구현하는 ‘원(圓)’의 경지에 오른 사람만이 받을 자격이 있다”며 고사했으나 후학들의 귀감이 돼 달라는 간곡한 요청에 따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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