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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종식 4가지 시나리오]

입력 | 2000-06-21 19:24:00


“의료계의 집단폐업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요. 도대체 해결책은 있는 겁니까.”

병의원 집단 폐업 이틀째인 21일 국민의 불만과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일이 워낙 복잡하게 꼬여 있어 작금의 의료대란이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부와 의료계 모두 여론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 실제 정부와 의료계는 21일 다각도의 막후 채널을 통해 서로의 분위기를 탐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가상 1(협상을 통한 극적 타결)〓김유배(金有培)대통령복지노동수석비서관은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22일경 가닥이 잡힐 것이고 또 잡혀야만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는데 있다. 의사협회 조상덕 공보이사는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고 단언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보수가 현실화, 대체조제시 의사의 사전동의, 약사법 개정 등 의료계의 요구에 대한 협상안을 갖고 나오라는 것. 반면 보건복지부 송재성(宋在聖)보건정책국장은 “약사법 개정 등의 주장만 거듭하지 말고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보다 합리적인 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7월1일 예정대로 의약분업 시행을 전제로 의료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양측 모두 22, 23일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 문제는 의료계 내부가 강경론과 협상론이 엇갈려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가상 2(의료계의 분열과 의약분업 강행)〓양측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가운데 의료계가 서서히 내부 분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쏟아지는 국민의 비난 여론, 검찰의 집행부 구속 수사 및 업무개시 명령에 응하지 않는 병원에 대한 수사 방침 등이 계속 터져 나오면서 의료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미 부산 대구 등 지방 병의원 중 일부가 정상 진료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협 집행부는 23일 대표자회의를 잡아 놓고 회원들을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가상 3(사태의 장기화 및 의약분업 강행)〓최악의 시나리오다. 여기에 응급실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의와 의대교수 등이 예고한 대로 폐업에 동참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은 “우리는 쇼를 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의료계가 결국 지리멸렬하고 국민 저항에 부닥쳐 폐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 같은데 집행부가 물러서려 해도 그렇게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집단 폐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가상 4(의약분업 연기)〓직장인 오모씨(40)는 “사정이 이러한데 굳이 7월1일 강행할 필요가 있느냐. 무조건 진료를 정상화하고 정부와 의약계가 한자리에 모여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기대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지만 현재로서 이 가능성은 약해보인다. 정부는 “여기서 밀리면 다른 개혁도 끝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데다 약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