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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仁術 (인술)

입력 | 2000-06-22 19:27:00


仁의 實踐을 통한 王道政治의 추구는 孟子가 일생을 걸고 실현하고자 했던 정치적 理想이었다. 당시는 창과 칼이 난무했던 때라 어느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인 자가 없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遊說(유세)했다.

그가 性善說을 주장한 것이나 王道政治를 할 수 있다고 여긴 裏面(이면)에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 속에는 다름 아닌 不忍之心(불인지심)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 어려운 말도 아니다. 사람으로서 남에게 차마 殘忍(잔인)하게 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예를 들어 우물가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기를 보면 누구나 놀라 뛰어가서 붙들게 되는데 그것은 그 아이의 부모에게 잘 보이려고 한 때문도 아니요, 남들로부터 칭찬을 듣기 위한 것도 아니다. 차마 인간으로서는 눈뜨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는 ‘仁術’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것 역시 그리 玄學的(현학적)인 말이 아니다. 그에 의하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不忍之心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요즘은 醫術을 仁術이라고 부른다. 사실 한자 ‘術’은 본디 ‘道’처럼 ‘길’ 또는 ‘방법’을 의미했으므로 ‘機能性’을 강하게 띠고 있다. 技術이니 學術, 美術 따위의 말에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醫術만을 격상시켜 仁術이라고 한 것은 그것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不忍之心을 實踐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醫師들이 환자를 외면한다면 仁術의 의미는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건 孟子의 仁術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僭用(참용)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