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유리의 세계' 이인숙 지음/여성신문사 펴냄▼
유리(琉璃)를 생각하면 어떤 형용사부터 떠오르는가. 깨지기 쉬운? 금이 간?
그렇다면 당신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일면적인 것인가에 먼저 놀라게 될 것이다. 그 깨지기 쉬운 유리로 만든 이집트 아멘호테프 2세(기원전 1436∼1411년 재위)의 두상(頭像)은 3000년 이상의 세월을 견디고도 지금까지 전해진다.
세계문화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토기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남겨진 유물은 단단한 철이 아니라 유리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고고학자가 토기나 도자기에 해박해야 한다면 고대사회에서 동양에 비해 유리를 널리 썼던 서양의 고고학자들은 유리에 대한 지식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 이인숙 경기도박물관장(51)은 한국 고고학자로는 드문 유리 역사연구가. 스스로를 글라스 레이디(Glass Lady)로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저자가 고대부터 중세 이전까지 유리로 만들어진 문화재들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교양서다.
기원전 25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류 최초의 합성물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는 왜 이렇게 긴 세월동안 변함없이 사랑받는 것일까. ‘모래와 재, 불의 오묘한 조화 속에 탄생하는 불사조’로 표현되는 유리는 기온이나 온도 차이에 변형되지 않고 투명하며 다채롭게 색깔을 표현할 수 있고 금속에 비해 가볍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에 관한 한 인류는 이미 기원전에 현대에까지 쓰이는 최고 수준의 기술에 도달해 있었다. 빛이 투과하면 녹색 빛의 유리가 투명한 붉은 색으로 변하는 로마시대 최고의 걸작 ‘리쿠르구스 케이지 술잔’, 자연석이나 조개 껍데기의 표면을 깎고 갈아서 다른 색 디자인을 부조로 표현해내는 카메오 기법의 ‘포틀랜드 화병’, 에나멜로 도금된 ‘모스크 램프’등 올 컬러로 실린 화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미처 몰랐던 ‘유리의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14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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