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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판통신/도쿄에서]정신의학의 종교적 기원은?

입력 | 2000-06-23 19:40:00


▼'서구 정신의학 배경사' 나카이 히사오지음/미스즈 쇼보펴냄▼

나카이 히사오(中井久夫)는 30년 동안 정신분열증의 치료와 연구에 몸바쳐온 저명한 정신과의사이자 섬세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필치로 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문장가다. 특히 그의 현대 그리스 시 번역은 학계에서도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구 정신의학 배경사(西歐精神醫學背景史)'는 나카이가 40대 초반에 쓴 것인데 독자들의 요청으로 이번에 재출간됐다. 나카이는 정신의학 그 자체를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는 유럽의 정신사 속에서 파악하려고 한다. 그는 의학과 생물학은 물론 철학 정치사 사상사 종교사 미술사 등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을 총동원해 그 지식들을 모두 '유럽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수렴하는 형식으로 논지를 펼쳐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유럽 정신사의 파노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광기 배제에 집착▼

무엇보다도 나카이가 강조하는 것은 근대에 이르러 과학으로 정립된 정신의학의 종교적 기원을 되묻는 것이다. 나카이는 병세 치료 방법 치료하는 사람과 환자와의 관계 등이 특정한 문화 환경 속에서 규정된다고 보는 '치료문화론'을 제창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전통사회의 샤먼 점쟁이도 현대사회의 정신과 의사처럼 치료 문화를 담당하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근대의 정신의학을 탄생시킨 유럽에서는 광기를 '비이성'의 영역으로 몰아부침으로써 이 세계에서 배제하려는 데 온힘을 기울여 왔다. 근대 초기에 폭발한 '마녀사냥'은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고의 근저에 흐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이성(理性)에의 신앙과 진보에의 갈망이다. 그러나 나카이는 말한다.

"진보란 다른 무엇보다도 사악한 것의 배제였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마녀 게으름뱅이 이성을 갖지 못한 사람 전염병자는 물론, 앓음과 그 원인 예를 들어 세균조차도 의학에서나 간호 현장에서 모두 배제하고 쓸어 버려야 할 것이 된다. 그러나 병, 병자와의 공존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병, 병자와의 공존' 필요▼

근대사회는 '건강한 것'과 '정상적인 것'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데 이것은 사회규범에 맞지 않는 것을 모두 '불건강한 것' '이상한 것'으로 간주해 배제하는 논리와 쌍을 이룬다. 그러나 우리는 나치 독일이 유태인 대량학살을 감행하기 이전에 정신병 환자를 먼저 계획적으로 학살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었을 때에 비로소 나카이가 제창하는 '병, 병자와의 공존'이야말로 참된 의미의 인간적 사회를 실현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될 대단히 중요한 측면이라는 사실이 파악된다. 우리들은 언제쯤 배제의 논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