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여파가 가장 큰 곳은 시카고 밀워키 등이 있는 중서부 지역이다. 이 곳의 유가는 다른 곳보다 25% 이상 비싸다.
이런 현상을 놓고 미 민주당은 석유회사(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의 든든한 기반)들을 비난하고, 공화당은 민주당이 환경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석유산업이 고비용의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의회연구소(CRS)가 낸 보고서는 두가지 다 정확한 이유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중서부 지역은 원유 운송용 파이프라인을 쓰고 있으므로 항구에서 멀어서 유가가 비싼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현재 중서부로 향하는 파이프라인 가운데 하나는 불에 타서, 하나는 균열 때문에 원유를 원활하게 운송하지 못함으로써 공급부족이 생겼다. 현재 가격차의 절반쯤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숨겨진 이유는 무엇일까. 중서부는 광활한 옥수수 밭과 주변 도시들로 이뤄진 미 농업의 심장부다. 옥수수에서 추출하는 에탄올은 가솔린의 효율을 높이는 첨가제 재료다.
1970년대 유가 폭등 때 대안의 하나가 에탄올로 연료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에탄올은 얼마든지 추출할 수 있고 친(親)환경적이어서 특히 이 지역에서 사용을 권장해왔다. 에탄올 생산업체들에는 20년간 막대한 보조금과 감세혜택이 주어졌다.
그러나 에탄올의 장점은 과장됐다. 가솔린을 너무 쉽게 기화시키고 옥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데도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역 에탄올 생산업자들은 이런 사실을 숨겼을 뿐만 아니라 보조금을 타내려고 워싱턴에서 엄청난 로비를 벌였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뉴스시간대에 비싼 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이들 회사는 제품가격까지 조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래저래 생겨나는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유가 상승 때문에 지구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만스럽게 살고 있는 올 여름에 미 중서부 사람들이 겪는 고충은 정책이 잘못되면 어떤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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