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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곽승준/환경가치 따져 개발하라

입력 | 2000-06-26 19:34:00


지난 10여년 동안 논란의 대상이 돼 왔던 영월 동강댐 건설이 최근 백지화됐다.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국내 최초로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공동조사단이 구성됐고, 8개월에 걸친 연구결과로 나온 조사단의 건설 백지화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였다.

▼돈으로 환산해 비교해야▼

댐 건설의 기능은 홍수방지, 수자원공급, 전력공급 등으로 모두가 국민에게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증가시키고 후생수준을 높이자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에 대해 시민단체나 환경보호론자, 학계 등 다양한 사회계층에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댐 건설이 호응을 받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선호와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고, 이에 따라 상대적인 경제적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국민은 안정적인 용수공급, 홍수 리스크에 큰 비중을 두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댐 건설로 파괴되는 생태계의 리스크에 경제적 가치를 더 두는 등 큰 변화가 생겼다. 이는 선진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도 나타난 현상으로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생소한 일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경제의 역동성에 의해 변화가 예상보다는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동강댐 외에도 아직까지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대형공공사업들이 많이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고, 경인운하도 사업 추진 당국과 시민단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 물 관리 대책의 핵심 부분인 6개의 갈수댐 건설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모든 대립의 시작은 공통적으로 환경, 생태계 문제에서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 생태계 보호도 국민의 삶의 질 증가가 주된 이유이지만, 공공사업 역시 시장의 실패로 생기는 공백을 정부가 대신 보완해 국민의 후생수준을 높이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따라서 이런 대립에서 정말로 국민에게 필요한 공공사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공사업 평가모델이 제시돼야 한다.

새로운 평가 모델은 무엇보다도 먼저 현재의 공공사업 타당성 조사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공학적 단순 원가 개념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즉 국민의 환경에 대한 선호를 반영하여 환경 피해의 경제적 가치를 포함시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평가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제까지 댐 건설과 같은 대형 공공사업에서 환경자원이나 생태계의 가치는 가격이 제로인 자유재로 간주됐다. 즉 공공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조사에서는 형식적인 환경영향평가만 있을 뿐 경제성 평가에 환경이나 생태계에 대한 개념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세계 경제학계에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주축이 되어 환경의 가치를 금전적 단위로 산정할 수 있는, 비교적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 방법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방법에 의해 계산된 환경의 가치를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책결정에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대상지역 환경의 금전적 가치를 추정하고, 회계적 건설비용, 공공사업으로 인한 경제적 편익의 가치 등과 비교해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종합적인 경제성 평가를 해야 한다.

▼국민 선호따른 평가 필요▼

그리고 공공사업에 드는 비용도 대부분 국민의 몫임을 고려하면 환경보호나 공공사업 모두 국민의 선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새로운 경제성 평가방법은 국민의 선호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모든 재화의 가치는 소비자 개개인의 선호에 의존한다는 경제학 이론과도 일치한다.

앞으로는 즉흥적이고 무조건적인 환경보호나 국민의 삶의 질을 무시한 대형 국책사업 등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정책 결정자는 새로운 평가모델로 국민의 선호를 객관적으로 수렴해 국민의 복지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사업시행 가부를 결론 내려야 할 것이다.

나아가 공공사업 해당 당국도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개발론자’라는 인상을 더 이상 국민에게 주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곽승준(고려대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