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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사람들]SOFA개정 국민행동 김종섭씨

입력 | 2000-06-26 20:31:00


순수. 그는 이 아름다운 말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처음 그와 마주치면 마치 어린아이를 본 듯하다. 목소리는 또 어떤가. 질그릇 냄새가 난다. 좀 더 철이 들어야 세상을 '잘 살 것 같은' 사람. 그러나 그는 약간 철 덜 들고 '욱'하는 뜨거운 가슴을 안고 평생을 살 것 같다.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 사무국장 김종섭씨.

서울에서 매향리로, 다시 군산으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그와 만날 기회만 엿본 게 일주일.

"우리 사진 한 방 '벅' 찍고 그냥 놉시다" 그렇게 약속한 후 하룻밤이 지나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군산토박이다. 어릴 적 동네에 군산미군기지가 있었단다. 미군기지 덕분에 먹고 살 길 해결하면서도 비행기소음과 미개발이라는 불이익을 당했다. "미군과 얽혀있는 우리네 국민 감정들과 비슷한 걸 느끼면서 컸죠. 미국이 예전엔 우방 같았지만 이제는 가해자같은..."

그래서 미군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지레 짐작. 그런데 딱히 그것도 아니다.

"필요한 일인데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막 나 혼자 답답해요. 아이구, 안되겠다 내가 해야지. 제가 그래요" 그가 시민운동에 뛰어든 동기는 이렇게 단순하기 짝이 없다. 97년 인권운동부터 시작한 그는 다음해 우연찮게 군산 미공군기지 민항사용료 인상 반대투쟁을 시작해 '투사'가 됐다. 군산에서 미군기지 문제로 1백차례 집회를 하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확대시켜야겠다'는 생각에 홀홀단신으로 서울에 올라왔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각 단체를 찾아다니며 SOFA개정 운동에 함께 연대하자고 제안을 하고 다닌 게 작년 10월. 그해 12월 매향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누군가 매향리에 남아 곡괭이 들고 싸우겠다는 주민들을 도와야 했다. 과연 누가? 급할 때 자신이 '배째고 마는' 성격을 그는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솔직히 매향리문제를 언론에서 다루기 시작할 때 우리는 총력투쟁이었어요. 대사관, 청와대에 '습격'할 즈음 우리는 투쟁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먹었거든요. 지금은 몸으로 부딪치는 것만 남았죠"

그는 언젠가부터 핸드폰 줄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기자와의 인터뷰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자기 생각에 빠진 듯 하다. 매향리문제 해결 수위를 어느 정도나 놓고 있는 지 궁금했다. "매향리요? 솔직히 물러설 수 없다 그것밖에 없어요... 그저 매향리 사격장 폐쇄만 생각할 게 아니라 군사주의의 폭력과 파괴 실상이 드러난 이 일을 통해 군사안보가 인간안보 중심으로 가치전환이 되면 대성공이라고 봅니다"

또 계속 이어지는 말. "한 일간신문 기자가 그러더라구.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호기로 생각하고 반미를 말하는 것 아니냐구. 난 그런 거 솔직히 어려워서 뭔 말인가 모르겠다고 했어요. 소파문제는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거든요. 피해보는 지역주민의 인권문제니까 그걸 해결하면 되는 건데,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얼굴 표정이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망연해진다.

그는 'SOFA개정 국민행동' 활동 이후에 무엇을 하고 싶어할까? "군산 내려가서 지역운동할 거예요. 여기 있으니까 도무지 '사람'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아요. 난 주민들하고 같이 일하는 게 좋아요"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하는 말 한 마디, "나 진득하게 오래 일하는 거 잘 해요. 운동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닌가요?"

신은/동아닷컴기자 nsilv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