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정현이 ‘평화’의 메신저로 떠오르고 있다.
6월초 발표한 2집의 수록곡 ‘평화’가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의 화해 분위기를 타고 새삼 부각되고 있다. 2집의 머릿곡은 이집트 풍의 무대 연출을 내세운 ‘너’이지만 ‘평화’의 바람도 예사롭지 않다. 소속사 이닛엔터테인먼트는 “이 노래를 캠페인 송으로 하겠다는 섭외가 여러 단체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정현의 1집에서도 머릿곡 ‘와’에 이어 ‘바꿔’가 4·13 총선 바람을 탔던 상황과 비슷하다.
‘평화’는 전쟁과 분단을 낳은 원인 제공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노래. 가사는 이정현이 직접 썼다.
‘아무도 알지 못하게 무력하게 만들어라/거짓과 오만으로 둘러쌓인 너희들/도대체 말도 안되는 이성잃은 판단 속에/땅을 가르고 빛도 가르고 이땅 위에/아픈 상처만 남긴 너희들/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해/…/아름다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가사 일부)
“유고 내전이나 체첸 전쟁에서 힘없는 서민들이 겪는 참혹한 모습을 보고 가사를 구상했어요. 그들에게 전쟁은 ‘자신들의 것’이 아니잖아요.”
가사에서 ‘말도 안되는 이성잃은 판단’으로 전쟁을 일으킨 ‘너희’는 누구일까. 이정현은 “외세나 국가 내부의 권력자”라며 “그래서 (평화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해라는 부분을 강조하려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찍은 ‘평화’의 뮤직비디오는 웅장한 스케일이 인상적이다. 헬기와 10여대의 탱크, 2000여명의 러시아 군인과 500여명의 의장대, 3000여명의 피난민 엑스트라를 동원해 장비와 인원이 웬만한 영화 규모다. 뮤직비디오는 전쟁신을 배경으로 평화를 갈구하는 한 소녀의 모습을 담았다.
“뮤직비디오를 남 북한에서 함께 찍었으면 했는데… ”
이정현은 노래를 통해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히트곡 ‘와’나 ‘너’처럼 팬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러브 송 못지 않게 ‘바꿔’나 ‘평화’같은 메시지 송도 함께 부른다. 2집의 수록곡 ‘잘먹고 잘살아라’라는 노래도 록풍으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그러나 팬들은 이집트 풍의 파격적인 무대 연출과 성적 매력을 내세운 ‘너’ 등 러브 송에 더 관심이 많은 게 사실.
“팬들이 원하는 음악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요. 그 때문에 팬들을 비난할 순 없어요. 그렇지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좀더 팬들을 휘어잡고 싶어요. 10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노래를 듣느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테니까요. 특히 여성들은 남성보다 직선적이고 적극적이어서 메시지를 더 열정적으로 받아들여요.”
이정현은 6월초 음반을 낸 뒤 하루 서너시간 밖에 못자고 있다. 각종 행사 출연이나 사인회, TV 녹화에다 MBC 라디오 ‘클릭 1020 이정현입니다’를 매일 진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너’를 부를 때는 분장만해도 2시간이 기본.
“그래도 무대에서 노래할 때가 삶의 생기를 가장 깊게 느끼는 순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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