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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英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20만원 입장권 10만장 매진

입력 | 2000-06-27 10:10:00


2000년 6월의 마지막 주말, 유럽 젊은이들이 축구경기 ‘유로(Euro) 2000’에 쏠린 것만은 아니었다. 런던에서 버스로 남쪽을 향해 세시간 반 거리에 있는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목장에서도 젊은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록페스티벌의 하나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2000’에 열광하고 있었다.

23일부터 2박3일간 열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1971년 이래 거의 매년 열리는 록 축제. 독일의 ‘러브 퍼레이드’, 일본의 ‘후지록 페스티벌’, 미국의 ‘우드스톡’ ‘롤라팔루자’ 등과 함께 세계적인 록축제의 하나로 꼽힌다.

800에이커(약 3.2 ㎢)의 광활한 이 목장에는 공연 시작 전인 21일부터 유럽의 록 마니아들이 ‘십만인 십만색(十萬人十萬色)’의 개성을 자랑하며 무엇엔가 홀린 사람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자가용을 몰고, 셔틀버스를 타고 모여들어 2박3일간의 ‘록 공동체’를 이루었다. 한 장에 약 20만원하는 입장권 10만장은 개막 수일전에 매진됐다.

이들 10만여명의 마니아들은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즐기고 있었다. 음악과 인생의 다양성을 여과없이 표출하는 자유의 만끽이 바로 그것.

먼저 음악의 규모.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무대는 메인스테이지 ‘피라미드(Pyramid)’를 비롯해 ‘더 아더(The Other)’‘재즈 월드’‘댄스 텐트’‘어쿠스틱 에어리어스’ 등. 이밖에 무명 아티스트들이 가족 단위로 공연하거나 댄스 클럽이 밤새 음악을 우려내고 있었다. 공식 행사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새벽 1시까지 이어지지만 나머지 시간에도 음악은 늘 울려 퍼졌다.

그만큼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대중 음악의 천국이었다. 대중 음악에 관한한 거의 모든 장르를 들을 수 있었다. ‘피라미드’무대에서는 데이빗 보위를 비롯해 그룹 ‘케미컬 브라더스’‘나인 인치 네일스’‘사이프레스 힐’ 등 팝 거장들의 공연이 잇따라 열렸고 ‘댄스 텐트’에서는 테크노 음악이 종일 울려대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즐기는 ‘공동체’생활이 부러웠다.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따라 부르고 춤추며 열광하고, 한적한 곳에서 책을 읽거나 그냥 웃음짓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도 있었다. 사랑하는 이와의 애정 표현도 예사였다. 환경친화적 컨셉을 내세운 축제여서인지 토플리스 차림도 쉽게 볼 수 있었고 두명의 누디스트가 ‘시위’를 하기도 했다. 생활 속에 배어나는 그 모습 그대로 록과 음악을 즐기는 유럽의 젊은 록 마니아들의 모습은 글래스톤베리의 전원 풍경만큼 정겨웠다.

제이슨 홀이라는 한 팬에게 물어봤다. 왜 여기 모여드느냐고.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저 이게 우리의 생활일 뿐이다.”

물론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출연진이 미국의 ‘우드스톡’보다 못하고 이동식 화장실 시설도 한국의 록 공연장보다 못하긴 했다. 특히 음악 축제를 상업화하는 분위기도 짙었고 현지 경찰이 23일 하루 동안 150여명을 마약이나 텐트절도 등의 혐의로 체포할만큼 공연장의 일부가 어지럽기도 했다. 그러나 수일간 텐트 생활을 함께 하면서 부러웠던 점은 이들 선진국의 부(富)가 아니라 ‘원시상태’에서 음악을 즐기는 ‘일상’이었다.

신형관(케이블음악채널 m.net ‘타임 투 록’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