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심판은 생각보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판원들은 한 경기를 끝내고 나면 속옷이 흥건히 젖을 정도. 더구나 공 하나에 승부가 좌우되는 야구에서 경기당 260개 전후의 공을 판정해야 하는 주심은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업무를 소화해 내기 어렵다.
반면 연패를 당하거나 성적이 기대 이하로 부진한 감독 코치들은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전날 경기에 대한 복기, 후회, 반성과 가끔씩은 심판, 선수에 대한 원망도 하게 마련이다.
‘내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나’ ‘그때 투수를 바꾸는 건데…’ ‘그 순간의 심판 판정은 분명 오심이야’ 등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기 일쑤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최근 우리 야구장에서 일부 감독과 심판의 물리적 충돌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정말 유감이다. 우리 야구계의 큰 지도자였던 김영조 김계현 허종만 감독의 당당하고 논리적인 항의나 ‘빨간 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감독의 익살스러운 항의는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지난 일요일 삼성 코칭스태프와 심판 사이에 오고간 폭언과 몸싸움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인체의 신비를 풀어줄 게놈지도 초안이 공개되고 남북의 정상이 만났지만 스포츠에서 심판과 선수단의 대립관계는 영원한 것이란 점이다. 감독의 어필은 경우에 따라 감초 같은 역할로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감독과 심판에겐 그러한 여유가 부족한 것 같아 정말 유감이다.(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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